[시사풍향계-김혜원] 저출산 문제 해결책은 있다

입력 2014-06-19 02:39

합계출산율은 한 여성이 가임기간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계산한 값이다. 인구가 현 수준을 유지하려면 합계출산율이 2는 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1983년 2.06을 통과한 후 20년 동안 2를 넘지 못했다. 2005년 1.07밖에 되지 않을 정도의 최저점을 기록한 후 소폭 증가해 2012년 1.29까지 높아졌으나 2013년의 합계출산율은 1.19에 그쳐 실망감이 크다. 이런 수준은 세계 200여개국 중 하위 5%로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출산율의 증가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사이에는 상충관계가 있다. 그렇다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여성의 경제활동을 억제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선진국의 경험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에서도 출산율 감소와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가 동시에 나타났다. 그런데 많은 선진국에서 우리나라보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더 높아졌지만 출산율이 우리나라처럼 하락하지는 않았고 일부 국가에서는 경제활동참가율 증가에도 출산율이 높아졌다.

다른 조건이 모두 동일하다면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는 출산율의 하락을 낳겠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다른 조건이 동일한 실험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출산도 증가시키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도 증가시키는 어떤 것이 그 차이를 낳았다. 그것은 바로 사회 전체와 정부가 노력해 만든 여성의 출산, 육아와 여성의 경제활동이 양립가능한 환경의 조성이다.

이때 일과 출산, 육아의 양립가능한 환경 조성은 기업 스스로 ‘선진적’인 행동을 한 결과는 아니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여성이 출산, 육아와 경제활동을 양립할 수 있기 위해서는 실제 여성의 채용과 고용 그리고 해고를 결정하는 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출산과 육아기에 생산성이 떨어지는 여성 근로자를 적극 고용하는 기업은, 이들 여성의 고용을 기피하는 기업에 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불리함을 감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합리적 기업이라면 출산, 육아기 여성의 활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개별 기업이 합리적 행동을 했다고 기업 전체가 이득을 보는 것은 아니다. 개별 기업은 단기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으나 우수한 여성 인적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능력 있는 여성의 경력을 단절시킴으로써 국가 경제 전체 차원에서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다. 이러한 ‘집합행동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와 법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출산, 육아기 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고 출산육아와 관련된 근로자에게 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을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제도가 시행 중에 있다. 십수년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제도는 발전하고 출산육아 관련 휴가휴직의 이용률도 높아지고 재정투자도 늘어온 것이 사실이지만, 출산육아와 관련된 실질적인 불이익이 상존하고 출산육아기 여성의 경력단절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저출산 극복과 여성 인적자원의 활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여성 인력의 활용과 관련된 기업 스스로의 조직문화 혁신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변화를 가로막는 중요한 걸림돌이 ‘다른 기업은 안 그러는데 우리 기업만 그래야 하느냐’는 불만이므로, 차별적 처우 금지와 휴가·휴직의 권리 보장을 저해하는 기업에 대한 적발과 해당 기업에 대한 엄벌 조치가 수반돼야 한다.

한편으로 여성을 고용하는 기업이 지는 여러 부담을 사회적으로 지원하는 과감한 재정투자가 요구된다. 현재 산전후휴가 급여와 육아휴직급여 관련 재정이 고용보험의 실업급여 계정 내에 포함되어 있어 실업급여 기금 재정의 건전성 논란에 휩싸여 재정투자 계획의 적극적 수립과 집행이 어려운 실정이다. 차제에 고용보험이라는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출산 및 육아와 관련된 새로운 사회보험 설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혜원 한국교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