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표와 성취의 땅, 이스라엘] (6) 말씀으로만 하옵소서

입력 2014-06-20 02:18
예수님의 제2 고향으로 불리며 이스라엘 갈릴리 호수 북쪽 끝에 있는 가버나움의 회당. 이곳에서 예수께서 귀신들린 자를 고치셨다. 예수님 시대 당시 이곳을 중심으로 교역과 상업이 번창했다. 위쪽 문이 당시 세관 입구로 추정된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산상수훈을 말씀하신 팔복산.
가버나움에 있는 베드로의 집터. 근처에 베드로 장모의 집터도 남아 있다. 예수님은 베드로의 집에서 장모를 고쳐주셨다.
‘말씀의 능력’으로 병자를 치유하는 예수의 소문은 그가 자라난 나사렛에도 전해졌다. 필자가 여러 자료를 비교하여 추정한 대로 나사렛 사람들이 기술자 집단이라면 그들은 지난날 바벨론까지 잡혀갔다가(왕하 24:16) 돌아와 BC 536년 성전을 재건한 스룹바벨의 후예들이었을 것이다.

“스알디엘의 아들 스룹바벨과 그의 형제들이 다 일어나.”(에 3:2)

스룹바벨은 다윗에서 솔로몬으로 이어지는 혈통의 계보와(마 1:12), 나단을 통해 계승된 충성의 계보에 모두 들어 있는(눅 3:27) 기술자 집단의 지도자였다. 나사렛 사람들은 자기들 손으로 성전을 다시 건축하려는 소원을 품고 있었을 것이고, 제자들 중 비범했던 요셉의 기술을 물려받은 예수에게 큰 기대를 걸었을 것이다. 나사렛에 전해진 예수의 소문들 중에는 특히 주목되는 내용이 있었다.

“너희가 이 성전을 헐라 내가 사흘 동안에 일으키리라.”(요 2:19)

헤롯이 건축한 성전을 헐고 새 성전을 건축하겠다는 것은 나사렛 사람들의 소원과 맞았다. 유대인들 앞에서 그것을 선언한 예수가 나사렛에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곧장 회당에 들어가 이사야서 61장을 펼쳐 읽었다.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눈 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롭게 하고.”(눅 4:18)

그 말씀이 응하였다고 하자 그를 지지하는 자들이 고개를 끄떡였다.

“이 사람이 요셉의 아들이 아니냐?”

그러나 또 어떤 사람들은 예수를 비난했다.

“그는 레갑의 명령을 어겨 포도주를 만들었고, 자신도 포도주를 마셨다.”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보다 비난하는 자들의 목소리가 더 컸다. 그들이 일어나 예수를 산의 낭떠러지까지 끌고 가서 밀쳐 죽이려고 했다. 예수는 그를 지지하던 자들의 도움으로 그곳에서 빠져나온다.

“선지자가 고향에서는 높임을 받지 못한다.”(요 4:44)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은 지금까지도 ‘나사렛 예수’로 불리우고 있다. 나사렛의 건축기술자였던 예수는 돌로 건축한 성전이 아닌 ‘교회’를 말씀과 사랑으로 건설했고, 오늘도 그분의 제자가 되어 교회 세우기에 헌신하는 성도들은 모두 하나님의 칭찬을 받은 레갑의 후예이고 ‘나사렛 사람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가버나움 동네에 내려오사 안식일에 가르치시매.”(눅 4:31)

회당의 안과 밖에서 귀신들린 자들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나사렛 예수여 우리가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눅 4:34)

“당신은 하나님의 아들이니이다.”(눅 4:41)

그분은 귀신들을 꾸짖어 나오게 하신 다음, 시몬의 장모를 앓게 한 열병도 꾸짖어 떠나게 하셨다.

“열병을 꾸짖으신대 병이 떠나고.”(눅 4:39)

전후 사정을 자세히 살펴본(눅 1:3) 누가는 예수께서 시몬의 장모를 먼저 낫게 하신 후 그를 찾아가 만났다고 기록해 놓았다. 요단강에서 예수를 따라갔던 세배대의 아들 요한과 그의 동료 안드레, 그리고 그들의 뒤를 밟아 요단강까지 갔던 시몬은 예수 그분을 잠시 만났다가 그냥 갈릴리로 돌아왔고, 후일 그분에 관한 놀라운 소문을 듣게 되었다. 시몬에게 관심이 있어 게바(베드로)라는 이름까지 지어 주신 예수께서는 그의 장모를 먼저 고쳐 놓고 그를 찾아가신 것이다.

“예수께서 한 배에 오르시니 그 배는 시몬의 배라.”눅 5:3)

그분의 진면목을 발견하지 못하고 떠나왔던 베드로와 안드레가 얼마나 당황했고 또 민망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말씀을 마치신 후 예수께서는 베드로의 배에 고기가 없는 것을 보시고 그에게 권하셨다.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눅 5:4)

갈릴리 호수의 어부들은 밤에 고기를 잡는다. 빈 배로 돌아와 그물을 씻고 있던 베드로에게는 그분의 말씀이 탐탁지 않았으나 지난날 그를 떠나온 송구스러운 일을 생각하여 그분의 ‘말씀’에 따르기로 했다.

“우리들이 밤이 새도록 수고하였으되 잡은 것이 없지마는 말씀에 의지하여 그물을 내리리이다.”(눅 5:5)

베드로는 마지못해 다시 깊은 곳으로 나가서 그물을 내렸다. 그러자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많은 고기가 잡혀 올라왔다. 베드로가 그분 앞에 무너지듯 엎드렸다.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눅 5:8)

그러나 예수의 말씀은 더 뜻밖이었다.

“나를 따라오라 내가 너희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막 1:17)

주위의 모든 사람이 몰려와 그물을 끌어올릴 때 그물을 깁는 척하고 있던 요한과 야고보는 아직도 눈치를 살피며 그들의 배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다시 그들이 있는 쪽으로 다가가셨다.

“조금 더 가시다가 세배대의 아들 야고보와 그 형제 요한을 보시니 그들도 배에 있어 그물을 깁는데 곧 부르시니 그 아버지 품꾼들과 함께 배에 버려두고 예수를 따라가니라.”(막 1:19-20)

이후 예수의 사역은 주로 치유에 집중되었다.

“예수께서 각종 병이 든 많은 사람을 고치시며 많은 귀신을 내쫓으시되 귀신이 자기를 알므로 그 말하는 것을 허락하지 아니하시니라.”(막 1:34)

문둥병자(막 1:40)와 중풍병자(막 2:3)를 고치신 것도 말씀의 성취였다.

“이는 선지자 이사야를 통하여 하신 말씀에 우리의 연약한 것을 친히 담당하시고 병을 짊어지셨도다 함을 이루려 하심이더라.”(마 8:17)

예수께서 연약한 자들을 치유하면서 또 자신이 기도하고 응답받은 체험들을 제자들에게 알려주고 가르친 것도 이때쯤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마 5:3)

그는 또 기도를 통해 하나님과 만나는 방법도 일러주었다.

“너는 기도할 때에 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마 5:6)

가버나움과 드라고닛의 경계에 있는 세관에서 세리 마태(레위)를 부르신 것도 아마 이때쯤이었을 것이다.

“알패오의 아들 레위가 세관에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그에게 이르시되 나를 따르라 하시니 일어나 따르니라.”(막 2:14) 그분이 가버나움에 들어갔을 때 한 이방인 백부장이 와서 중풍병에 걸린 하인을 고쳐달라고 간청했다. 예수께서 내가 가서 고쳐주겠다고 하자 그가 대답했다.

“말씀으로만 하옵소서 그러면 내 하인이 낫겠사옵나이다.”(마 8:8)

예수께서 그 말을 듣고 놀라시며 그를 칭찬했다.

“이스라엘 중 아무에게서도 이만한 믿음을 보지 못하였노라.”(마 8:10)

글=김성일 소설가, 사진 제공=이원희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