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병의원] 세계 최초 인슐린펌프 개발… 당뇨병 의료기술 세계가 인정

입력 2014-06-19 03:22
제74차 미국당뇨병학회가 열린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국제회의장에서 건국대병원 최수봉 교수가 16일 논문 발표를 마친 후 인슐린펌프를 소개하는 부스 앞에서 관계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자신이 개발한 인슐린펌프를 들어 보이며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최수봉 교수.
지난해 중국 당뇨학회의 초청을 받아 인슐림펌프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최수봉(오른쪽)교수. FDA승인을 받은 이 기기는 현재 중국에 가장 많이 수출된다.
지난 1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국제회의장(Moscone Center). 이곳에는 미국 내 의사와 의대교수, 의학관계자 등 3만5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74차 미국당뇨병학회가 열리고 있었다.

해외에서도 다수 의료관계자들이 참석해 매년 열리는 이 미국당뇨병학회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환자가 많은 당뇨병에 대한 최신 치료법과 관련 의료기기가 소개되는 세계 최대 규모 행사다.

이날 건국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당뇨병센터 소장이자 내분비내과 최수봉(62) 교수는 '제2형 당뇨병환자의 포도당 처리 능력이 인슐린펌프 치료로 호전되다'라는 학술논문을 발표, 인슐린펌프 치료가 당뇨병의 원인을 개선하여 완치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전문의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그는 "인슐린펌프치료는 병력이 짧을수록 혈당조절이 정상화 될수록 더욱 효과가 나타난다"며 조기 펌프 사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당뇨병학회에서 논문 발표

최 교수의 이날 발표는 최수봉 교수팀이 그동안 여러 차례 세계 당뇨병 학술지 및 세미나에서 발표한 내용을 과학적 임상자료를 통해 발표했다는 점 뿐 아니라 한국의 당뇨병 의료기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컸다.

이처럼 최 교수는 세계 당뇨병 의료관계자들 사이에서 세계적인 인슐린펌프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5000여명이 모인 유럽당뇨학회 강사로도 초청된 것은 물론 작년 11월 말 2000여명이 모인 중국당뇨학회에서의 초청 강연 등 가는 곳마다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미 그의 논문은 세계 3대 의학전문지와 국제학술지에 여러 차례 소개돼 그 효용성이 입증된 상태다. 그동안 생산된 인슐린펌프는 수십만개. 상당수가 60여개국에 수출돼 한국 의료기기의 자부심 고취와 함께 외화수익 증대에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최수봉 교수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유는 그가 이 인슐림펌프를 35년 전인 1979년에 첫 개발, 지금껏 이를 보완해 꾸준히 발전시켜 왔고 전 세계 당뇨병 환자들에게 치료의 길을 터주고 있기 때문이다.

인슐린펌프의 장점은 식이요법이 아닌 정상식사를 충분히 먹게 하면서 혈당수치를 정상으로 만들어 결과적으로는 합병증 예방 및 치료와 췌장기능 회복(완치)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당뇨초기에는 췌장기능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당뇨초기에 인슐린펌프 치료 할수록 완치율이 높은 결과를 보인다.

당뇨는 불치가 아니며 완치도 가능

일단 걸리면 평생 고통을 받는다는 당뇨병. 이 당뇨병은 국내 환자가 500만명에 이르고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는 질병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최 교수가 강조하는 메시지는 환자들에게 큰 희망을 주고 있다. 그는 어니서나 “당뇨병은 결코 불치병이 아니며 완치도 가능하다”고 자신있게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그의 주장은 기존 내분비계 전문의들의 처방이나 진단과는 많은 부분 배치돼 어려움이 많았고 많은 공격을 받는 빌미도 제공했다.

“저는 수없이 많은 당뇨병 환자들을 대하고 처방해 왔습니다. 제가 편하게 갈 수 있는 길을 마다하고 숱한 논쟁을 하며 제 주장을 굽히지 않는 이유는 이 치료법이 너무나 필요하고 또 중증의 당뇨병 환자들이 제 눈 앞에서 회복되고 치료되고 완치까지 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수년간 당뇨를 앓던 H씨(79)는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지탱하다 약을 먹었자만 몸이 점점 수척해지고 나빠졌다. 그런데 최 교수를 만나 인슐린 펌프치료를 받으면서 놀랍게 변화됐다. 식사도 마음껏 하면서 체중도 오르고 합병증도 치료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서양인과 체질이 다른 한국인은 체지방이 적어 췌장의 인슐린 분비능력이 떨어져 환자 대부분이 섭취한 음식이 에너지로 쓰이지 못하고 소변으로 빠져 나가기에 서양인의 당뇨치료법을 답습하면 안된다”고 설명했다.

환자 위해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주력

경기고등학교와 서울의대 및 대학원을 졸업한 최 교수는 내분비 및 대사학분야를 전공한 전문의로 의사생활을 시작했다. 당뇨분야 치료에 집중하면서 장기간 약을 복용하고 식이요법을 사용해도 결국 췌장기능이 상하고 몸 여러 곳에 이상이 오는 것을 보며 새로운 치료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아이 셋을 둔 엄마가 당뇨로 숨져 남편이 슬프게 우는데 정말 가슴이 메어졌어요. 당시 최고의 당뇨전문 의사에게 치료를 받으며 시키는대로 했거든요. 결국 기존치료로는 안된다는 것이 제 생각이었고 이 과정에서 ‘한국형 당뇨’와 ‘인슐린펌프’가 나온 것입니다.”

인슐린펌프로 노벨상까지 넘본다고 말하는 최 교수사는 “환자가 필요한 적시에 인슐린을 공급해 주므로 정상인과 같은 상태가 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인슐린펌프”라며 “이제 리모트컨트롤로 손쉽게 주입하는 것은 물론 수시 혈당체크 기능과 적정인슐린 계산기능, 데이터의 서버컴퓨터 저장으로 인한 수시 처치 등 유비쿼터스시스템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얼마 전 한국인 아내를 둔 일본인 하가 시게오(64)씨가 지인의 소개로 병원에 왔어요. 중증 당뇨라 피부가 썩고 있었는데 일본 의사 치료로 2년간 낫지 않던 상처가 불과 2주 후부터 아물고 몸의 움직임이 빨라졌어요. 그가 ‘기적의 기계’라며 제 손을 잡고 놓지 않더군요.”

세계당뇨병인슐린펌프학회 창립

2012년에는 이라크에서 배닌이란 이름의 13세 소녀가 부모님과 한국에 와서 치료를 받았다. ‘소아 당뇨’로 힘들어 하던 배닌은 인슐린펌프 치료 후 정상혈당을 유지하며 기쁜 마음으로 귀국 비행기에 올랐다.

2011년에는 인슐린 펌프를 환자에 사용해 효과를 본 세계 각국의 의사들이 ‘세계 당뇨병 인슐린 펌프학회’를 만들자고 제안, 불가리아에서 창립총회가 열렸다. 유럽과 미주 20여 개국 300여 명의 의료인이 참석한 총회에서 각 국의 다양한 임상연구결과와 인슐린 펌프 치료법이 제시됐다. 금년 가을 터키에서 제4차 연차학회가 예정돼 있다.

최 교수는 “이제 당뇨 환자들이 교과서적인 치료에만 몸을 맡길 것이 아니라 건겅정보를 직접 확인하고 비교해 자신에게 맞는 바람직한 치료를 선택해야 한다”며 “이런 점에서 인슐린펌프는 당뇨 환자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줄 것이라 개발자로서 확신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최 교수는 아내 염윤희 집사와 음성의 작은 개척교회를 섬기며 이웃사랑과 의료선교, 교회개척 등에 열심을 내고 있다. 그의 조부(최창동 장로)와 부친(최현 집사)도 의사였고 자신과 아들(최형진)도 의사여서 집안 4대가 의사이다. 친가와 외가 가족들도 의사가 대부분이다. 특히 그의 조부는 함평 나산교회를 설립했고 증조모 김필례 씨는 정신여고 설립에 참여한 신여성으로 기념비적인 인물이다.

“저는 틈만 나면 직원들과 손잡고 ‘당뇨병 환자에게 기쁨을 선사하자’고 큰 소리로 외칩니다. 무수히 많은 당뇨 환자들이 고통 당하고 이로 인해 가정이 무너지는 것을 보아왔기에 이를 고쳐주고 정상적인 삶을 살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제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밤낮을 구분하지 않을 정도로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내는 최 교수는 현재 목요일과 금요일은 서울 건국대병원에서, 화요일과 수요일은 충주 건국대병원에서 진료하며 환자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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