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강섭의 시시콜콜 여행 뒷談] 내비게이션도 헤매는 ‘한탄강 팔경’

입력 2014-06-19 02:52

얼마 전 포천의 ‘한탄강 팔경’을 찾았다 황당한 경험을 했습니다. 천연기념물이자 제1경인 대곡천 현무암 협곡에 가기 위해 포천시 홈페이지에 소개된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했습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자동차는 어느 마을의 축사 앞에 도착했습니다. 축사를 찾아온 관광객은 저 혼자만이 아니었습니다.

한참을 헤매다 표지판을 찾았지만 갈림길에 표지판이 없어 또 엉뚱한 길을 달려야만 했습니다. 결국 들일하는 농부에게 길을 물어 찾아갔더니 대곡천 협곡을 소개하는 장황한 표지판은 설치되어 있지만 잡목 때문에 볼 수도 접근할 수도 없었습니다. 기가 막혀 포천시 담당 공무원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제야 포천에서는 볼 수 없고 건너편 철원에서만 접근할 수 있다는 설명이 돌아왔습니다.

포천시 홈페이지에 소개된 한탄강 팔경 중 내비게이션으로 찾아갈 수 있는 곳은 비둘기낭 폭포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습니다. 멍우리 주상절리대 조망대 가는 길의 표지판은 ‘ㄱ’자로 꺾이는 곳인데도 직진 표지판이 설치돼 막다른 길에서 자동차를 돌리느라 애를 먹었고, 두 시간을 헤맸지만 구라이골은 결국 찾지 못했습니다. 샘소는 불친절한 표지판조차 없었고, 아우라지 베게용암은 연천으로 돌아가야 볼 수 있었습니다.

왜 이런 황당한 일이 생겼을까요? 포천시 홈페이지에 소개된 주소는 내비게이션으로 찾아갈 수 있는 포인트가 아니라 한탄강 팔경이 위치한 번지이기 때문입니다. 관광객을 위해 한 번이라도 그 번지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해 보았더라면 지금까지 한탄강 팔경 주소를 버젓이 소개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겁니다. 제1경과 제8경을 볼 수 있는 포인트가 포천이 아니라 이웃 지자체라는 사실도 설명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전국에 수많은 관광지가 있지만 내비게이션으로 찾아가지 못할 곳은 거의 없습니다. 8곳 중 3곳이 천연기념물과 명승인 한탄강 팔경을 찾아가다 길에서 한탄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포천시의 후속조치를 기대해 봅니다.

박강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