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美의 근원… ‘예술 목회’ 새로운 패러다임 뜬다

입력 2014-06-19 02:27
예술목회연구원 도파니조형연구소가 14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에서 다양한 십자가를 전시하고 있다. 맨 아래 사진은 김태순 작가의 작품. 예술목회연구원 제공
예술목회연구원 회원들이 14일 창립 1주년을 맞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대학성당에서 ‘목회의 새로운 패러다임, 예술목회’를 주제로 포럼을 연 뒤 기념 촬영을 했다. 예술목회연구원 제공
“하나님이 미(美)의 근원이라면 목회는 종합예술이 되어야 한다.” 한국영성예술협회 산하 예술목회연구원(artisticministry.com)의 창립 동기다. 지난해 6월, 뜻있는 목회자 교수 예술가들이 모여 예목원을 창립하고 그동안 ‘예술목회’ 전도사로 활동해 왔다. 현재 6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예목원은 창립 1주년을 맞아 최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대학성당에서 ‘목회의 새로운 패러다임, 예술목회’ 포럼을 열었다. 이번 포럼은 많은 목회자와 크리스천에게 아직 낯선 예술목회를 알리고, 실천사례를 검토하는 자리였다. 목회자 교수 예술가 등 50여명이 진지한 논의를 했다. 이들은 양적 팽창이 아니라 질적 고양, 즉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목회로의 전환을 역설했다.

예수는 예술가? 기술자?

예술신학은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찾는 신앙’(Fides quaerens pulchrum Dei)을 목표로 한다. 예술에 대한 신학적 반성과 하나님에 대한 미적 성찰 두 가지를 포함한다. 심광섭 감신대 교수는 ‘예술신학과 예술목회’라는 발제에서 “개신교회와 신학은 하나님 안의 참(眞)과 선(善)을 각각 신학화하고 설교하는 일에만 주력했지, 신앙의 아름다움(美)을 성찰하지 못했다”며 “예술신학은 예술적 감성적 사유가 지배하는 이 시대에 맞는 신학·목회 방법론”이라고 말했다.

예술목회는 목회와 공동체 안에서 예술적 선교를 실천하는 것을 가리킨다. 하나님은 생태계 위기 속에서, 대중문화 속에서, 모순의 현장인 역사 안에서, 그리스도 공동체 안에서 ‘아름답게’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학자 폴 틸리히는 ‘종교는 문화의 내용이요, 문화는 종교의 표현’이라고 했다. 선한 문화를 퍼뜨리고 역사의 정의에 참여하는 것 등이 예술목회의 구체적 실천이 된다. 심 교수는 예술목회를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조형하고 조형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예술목회는 공동체 안에서 일어나는 성령의 역사를 조형하고 작곡하는 일이다. 이때 공동체는 영광스러운 하나님의 회화가 되고 악보가 된다. 이런 하나님의 아름다움이 머무는 곳에 구원이 생긴다”고 부연했다.

예수의 예술가적 면모는 예술목회의 주요 단서이자 지침이 될 수 있다. 차정식 한일장신대 교수는 “예수는 부친 요셉이 세상을 떠난 뒤 상상력과 섬세한 손기술이 필요한 목수(막 6:3)로 살았다”며 “목수의 노동 환경은 예수에게 예술적 자양분을 공급했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예수의 시적 언어 구사와 소통적 행위 예술에도 주목했다.

예수는 “공중의 새를 보라, 들의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지 보라”(마 6:26∼29)고 했다. 예수의 미적 감각은 태초의 질서를 응시한다. 예수가 폭풍을 잠잠하게 만들어 제자들을 구한 이야기(막 4:35∼41)는 성육신 예수를 드러내는 동시에 만유를 향해 소통하는 초월적 모습을 보여준다. 유동식 연세대 은퇴교수는 “우리는 우주, 문화, 역사 안에서 복음적 실존 ‘미’(美)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기 제주 조수교회 목사의 사례는 예술목회의 ‘꽃’이란 평가를 받았다. 조수교회는 제주시에서도 1시간 정도 차로 이동해야 하는 제주 한경면 산간 마을에 위치한다. 조수교회는 매주 토요일 어린이들에게 바이올린 첼로 미술을 가르치고 매년 두 차례 공연과 전시회를 한다. 어른들은 매주 수요일 차임벨과 미술을 배운다. 교회 안에는 공연장, 갤러리, 커피숍이 있다.

조수교회는 세 차례 ‘조수비엔날레’를 열었다. 교인들뿐만 아니라 유명한 예술인들도 참여하는 지역 축제로 자리 잡았다. 비엔날레 수익금으로 인도 서뱅골주 히말라야의 작은 부족국가 시킴(sikkim)에 신학대학을 설립했다. 6000여㎡ 규모다. 주변 교회 20여곳 지도자와 크리스천을 위한 곳이다. 김 목사는 “교인들의 취미 활동을 장려하고, 공연과 전시회를 자주 열어 주민들과 소통한다”고 말했다.

교회 안에는 350여㎡ 크기 공연장과 갤러리가 있다. 커피숍도 있다. 400㎡ 잔디밭에서는 동네잔치나 음악회 등 다양한 행사를 할 수 있다. 문화 목회를 통해 2003년 40명에 불과하던 교인이 200명 안팎으로 늘어났다.

박종환 실천신대 교수는 매주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예배에 주목했다. 박 교수는 “즉각적인 응답을 기대하는 한국 교회 강단은 신앙 이야기에서 흘러나오는 고통과 평안을 기다리지 못 한다”며 “예배는 한 사람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기쁨과 슬픔을 끌어안는 찬양과 간구로 채워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상철 월드디아스포라포럼 국제대표는 ‘한인디아스포라와 예술목회’를 발제했다.

예목원은 앞으로 목회자뿐만 아니라 크리스천들에게 다양한 예술목회 연구 자료를 제공하고, 적용 프로그램을 강의할 계획이다. 이정구 성공회대 총장은 포럼에 앞서 성찬식을 집례했다. 예목원 도파니조형연구소는 도자십자가 전시회를 열었고 ‘미리암댄스컴퍼니’는 창단식을 가졌다. 김태순 작가와 유동식 교수의 미술전도 눈길을 끌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