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차 장만에 나선 A씨는 근처 자동차 영업점을 방문했다. 둘러보던 중 차에 관심을 보이자 영업점 직원은 대뜸 카드 얘기를 꺼냈다. 카드로 결제하면 할부이자가 더 낮고 포인트 적립 혜택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1500만원짜리 중소형차의 경우 기존 캐피털보다 28만∼40만원(36개월 할부) 더 저렴하다고 귀띔했다.
캐피털 일색이던 자동차할부시장에 복합할부금융상품이 등장하면서 카드·캐피털 업계와 자동차업계가 갈등하고 있다. 복합할부금융은 고객이 캐피털사의 할부를 이용하는 과정에 카드사가 개입된 구조의 상품이다. 즉 고객이 자동차를 카드로 결제하면 카드사와 제휴한 캐피털사가 대신 결제금액을 갚아주고, 고객은 캐피털사에 할부금을 지불하는 구조다. 고객에겐 별 차이가 없지만 업계는 ‘돈’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자동차업계는 카드사 개입으로 불필요한 가맹점 수수료가 나가고 있다며 복합할부금융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고객이 카드로 결제하면 자동차회사는 1.9%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현대차를 ‘캡티브 마켓(전속시장)’으로 하는 현대캐피탈·카드는 법적 문제를 들어 자동차회사 편에 서 있다. 카드 결제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고객의 한도를 일시적으로 올리는 것과 자동차 영업점 직원이 카드 가입을 권유하는 구조가 돼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복합금융상품 등장으로 현대차 할부의 시장점유율(MS)이 줄자 폐지에 앞장서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나머지 카드·캐피털사들은 복합할부금융이 고객에게 실질적 혜택을 줄 수 있는 상품임을 강조한다. 복합금융상품은 수수료를 받아 캐피털사보다 통상 1%가량 낮은 금리를 제공한다. 또 카드 포인트나 캐시백 등을 통해 실질적인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이들이 고객의 혜택과 선택권 등을 앞세우고 있지만 속내에는 수익에 대한 계산이 깔려 있다. 이들 업체는 복합할부금융상품을 통해 수수료도 챙길 수 있지만 금액이 큰 자동차 결제를 통해 시장점유율도 끌어올릴 수 있다.
이번 갈등이 비화된 건 금융감독원이 복합금융할부상품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다. 당국은 이러한 거래구조가 비정상적이고 불필요한 거래비용을 유발시켜 소비자의 혜택이 오히려 줄어든다고 봤다. 가맹점 수수료 때문에 자동차 가격 인하 효과를 고객이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 4월 초 아주·JB우리·KB·메리츠·BS·하나캐피탈 등 6개사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복합금융할부상품 폐지 반대에 나섰다.
업계 간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자 금융당국은 17일 오후 서울 은행연합회에서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을 모아 간담회를 열었다. 또 이 자리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해결책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업계 밥그릇 싸움… 존폐 기로에 선 ‘복합할부금융’
입력 2014-06-18 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