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정치 인사이드] 여야 攻守 바뀌면 ‘내 식구 감싸기’ 똑같았네∼

입력 2014-06-18 03:42

새누리, 攻→守

야당 시절 논문 표절 부각 "있을 수 없는 도덕적 흠" 두 차례 교육수장 낙마시켜 이번엔 "법적 절차 거쳐야"

요즘 새누리당은 매일 아침 터져 나오는 장관 후보자들과 청와대 수석들의 논문 표절 의혹에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이른바 ‘침묵 모드’다.

야당 시절이던 2000년 송자 전 교육부 장관과 2006년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의 논문 표절 문제를 집중 부각시켜 각각 낙마시켰던 때와 180도 달라진 스탠스다.

야당 시절만 해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있을 수 없는 도덕적 흠”이라며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2006년 7월 당시 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교수 시절 제자 논문 표절 의혹이 국민일보 보도를 통해 제기되자 “교육부의 미래가 암울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나경원 당시 대변인은 “교육 수장의 표절은 국민 신뢰를 무너뜨린 것”이라며 “학자는 양심과 도덕성이 무기인데 이런 분이 교육부총리라니 (한국)교육의 미래가 암울하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김 전 부총리 내정 단계에서도 “노무현정부의 코드 인사”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김 전 부총리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추가 의혹이 쏟아져 나와도 꿋꿋하게 버텼다. 표절 의혹에 대해선 한국행정학회에 심의를 요청하며 강경 대응하기도 했다.

그러나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야당의 파상 공세와 악화된 여론을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취임 13일 만에 사퇴했다.

2000년 송 전 교육부 장관의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은 온 힘을 동원했다. 장광근 당시 수석부대변인은 “저서 표절, 국적논란, 주식테크로 3관왕이 됐다”고 사퇴를 압박했다.

이처럼 거칠게 논문 표절 의혹 드라이브를 걸었던 새누리당의 태도는 최근엔 “따져봐야 할 문제”라는 식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새누리당 핵심 당직자는 1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인사청문회에) 올려보내지도 않고 내려가라는 야당의 공세가 더 말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언론 등이 문제를 제기하니까 법적 절차를 거쳐 (인사청문회에서) 모든 의혹을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히자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새정치연합, 守→攻

참여정부 김병준 후보자 논문 표절 의혹 제기 때 “먼지털기식 공세” 반발 이번엔 “지명 철회” 요구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6월 열린우리당(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의 우상호 대변인은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의 논문 표절 논란이 불거지자 “학자의 논문 표절 의혹을 정치적 의혹처럼 무책임하게 제기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언론도 학문적 엄밀성을 갖고 표절이라고 판단될 때 책임 있게 보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표절이 아닌 것으로 결론난다면 무책임한 의혹 제기로 실추된 학자의 명예는 누가 회복시켜주겠느냐”고 김 전 부총리를 감쌌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의 사퇴 요구도 일축했다. 당시 국회 교육위 소속이었던 정봉주 의원은 “18년 전에 쓰인 해당 논문이 학자로서 김 부총리에게 결정적인 것이 아니었다면 교육부총리 진퇴와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에서는 한나라당이 ‘먼지털기식 정치공세’를 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논문도 다 검증하자는 ‘피장파장의 오류’를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론이 악화되자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비주류를 중심으로 김 부총리가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해 8월 1일 국회 교육위에서는 여당 의원들이 김 부총리의 사퇴를 촉구했다.

안민석 의원은 “교육 개혁을 주도할 수장은 지고의 도덕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기대가 팽배한데 이미지가 훼손되고 도덕성에 타격을 입어 교육 개혁을 잘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영춘 의원도 “대통령에게 더 이상 부담을 드리지 말고 용퇴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김 전 부총리는 다음날 사퇴했다.

새정치연합은 17일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된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 송광용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 대해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도 집권당 시절에는 논문 표절에 대해 현재 새누리당과 동일한 행태로 대응했다.

논란 초기 ‘적극 옹호’, 일부 비주류 의원들의 사퇴 요구, 사퇴 여론 확산이라는 과정을 도식처럼 반복한 것이다. ‘내 식구 감싸기’ 식 진영논리에서 여야 모두 자유롭지 못한 채 비슷한 논쟁을 입장만 바꿔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