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사건 3심 전담 상고법원 추진

입력 2014-06-18 02:42
대법관들의 재판업무를 줄이기 위해 주요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상고심(3심)만 전담하는 상고법원 설치가 추진된다. 그러나 대법관 수는 동결한 채 대법관 아닌 판사들이 재판하는 상고법원이 설치되려면 국회 동의 등을 거쳐야 하는데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대법원장 자문기구인 사법정책자문위원회(위원장 오연천 서울대 총장)는 17일 13차 회의를 열고 대법원과 별도의 상고법원을 설치하는 ‘상고심 기능 강화에 관한 건의문’을 최종 의결해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건의했다. 대법관은 법령해석의 통일이 필요하거나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에 집중하고, 일반 상고사건은 상고심 법관이 담당하게 한다는 게 골자다. 상고심 법관은 대법관 이외에 경륜 있는 법관을 뽑아 상고법원에 배치토록 했다.

자문위는 “현재 대법원이 처리해야 할 사건 수가 너무 많아 최고법원의 역할을 다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03년 1만9290여건이던 상고심 접수건수는 지난해 3만6100여건으로 10년 새 2배가량 증가했다. 1990년 ‘상고허가제’가 폐지된 이후 모든 상고심 사건은 대법관이 심리하고 있다. 대법관 1명이 매년 3000여건의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대법원이 상고심 사건을 충실하게 심리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현재 13명인 대법관 정원을 늘리자는 의견도 제시됐지만 모든 법관이 사건 심리에 참여하는 경우 합의에 도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자문위 건의안을 양 대법원장이 받아들인다고 해도 실행에 옮겨지기까지는 ‘첩첩산중’이다. 우선 국회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상고심 법원을 설치하려면 현재 법원조직법, 민사·형사·행정소송법, 각급 법원 설치법 등 각종 법령을 고쳐야 한다. 입법 과정에서 ‘최종심 재판을 대법관에게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반발여론에 부딪힐 경우 국회의 동의를 얻기가 어려울 수 있다. 2004년에도 대법원 사법개혁위원회는 ‘고등법원 상고부’ 설치안을 채택했지만 제도개선에는 이르지 못했다.

또 대법원이 맡을 중요사건과 상고법원이 맡을 일반사건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도 문제다. 대법원 행정처는 대법원이나 상고법원 중 한 곳에서 사건분류를 전담하는 방안과 소송가액이나 선고형의 경중에 따라 사건을 자동 분류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토론회 등을 개최해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서 반영토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