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핵심부, 文 후보 자진사퇴 압박

입력 2014-06-18 04:08 수정 2014-06-18 16:15
여권이 친일발언 논란을 불러 일으킨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 자진사퇴 압박을 가하고 있다.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좌장격인 서청원 의원이 "스스로 거취를 판단하라"고 하자 청와대는 당초 계획된 총리 임명동의안의 국회 제출을 미뤘다.

여권 핵심부 의중이 이처럼 부정적 방향으로 흘러가자 새누리당 지도부는 문 후보자 임명동의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 시 당론이 아닌 '자율투표(크로스보팅)'로 처리한다는 방침까지 정했다. 그러나 문 후보자는 "끝까지 가겠다"며 자진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17일 "현재 상황에서 국민 여론을 보지 않고 문 후보자에 대해 무조건 '보호막'을 씌워줄 수는 없다"면서 "본인의 거취에 대해 (문 후보자) 스스로 결단해야 하는 게 가장 현명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서 의원도 여의도 당사 앞 자신의 당대표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가 잘 판단해야 된다"며 사실상 문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했다. 지금까지 그는 문 후보자에 대해 옹호 의견만 표명해 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일정 첫날인 17일 문 후보자 임명동의안 및 인사청문 요청서에 대한 재가를 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현지 일정과 시차 때문에 (문 후보자와 관련된) 보고를 받는 게 여의치 않았다"면서 "재가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국회 사무처 의안과의 업무도 오후 6시 종료돼 임명동의안이 제출되지 못했다"고 했다.

청와대의 움직임은 이미 박 대통령이 문 후보자 거취를 놓고 고심에 들어갔음을 의미하는 것이라 주목된다.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전제로 하지 않고 문 후보자의 자진사퇴 가능성을 타진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은 18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문 후보자 거취 문제를 집중 논의한다. 그러나 문 후보자는 퇴근길에 서 의원의 사퇴 요구에 대한 입장을 질문받자 "저는 그럴 생각이 현재까지 없다"고 밝혔다.

신창호 권지혜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