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사정 칼날, 기러기 공무원 ‘뤄관’ 정조준

입력 2014-06-18 03:52 수정 2014-06-18 16:21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밀어붙여온 ‘반부패 드라이브’가 이제 ‘뤄관(裸官)’을 정면으로 겨냥하기 시작했다. 소식통들은 17일 “광둥(廣東)성이 최근 뤄관 일제 단속 결과를 발표한 것은 ‘뤄관 뿌리 뽑기’를 전국 범위로 확대하겠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중앙기관지인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는 이날 “뤄관을 어떻게 근절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인터넷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공개했다. 신문은 특히 “전국 다른 지방에서도 뤄관 문제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뤄관은 ‘뤄티관위안(裸體官員)’의 준말로 ‘벌거벗은 관리’라는 뜻이다. 부정하게 챙긴 돈과 가족을 모두 해외로 빼돌려 벌거벗은 것처럼 몸이 가볍다는 의미로 2008년부터 이 신조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광둥성은 지난 3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3개월 동안 뤄관 1000여명을 적발해 그중 866명을 인사 조치했다. 그러나 해외에 머무르던 가족을 국내로 불러들인 200여명은 불이익을 당하지 않았다. 광둥성의 경우 ‘개혁개방 1번지’로 다른 지역에 비해 소득수준이 높아 뤄관도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광둥성의 뤄관 뿌리 뽑기는 중국공산당 최고 사정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지난 2월 광둥성에 파견한 ‘중앙순시조(감찰반)’가 “광둥성의 뤄관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한 뒤 진행됐다.

당 중앙조직부는 앞서 지난 1월 발표한 ‘당정영도간부 선발임용업무조례’를 통해 뤄관을 간부직에 등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조례는 또 아내와 자녀가 모두 해외에 거주할 경우 뤄관으로 간주했던 것을 아내 또는 자녀 중 어느 쪽이라도 해외에 있으면 뤄관으로 규정했다.

베이징대 염정건설연구중심 리청옌(李成言) 주임은 당 중앙이 뤄관 척결에 나선 데 대해 “뤄관이야말로 언제든 외국으로 도망갈 준비가 돼 있는 ‘탐관(貪官) 예비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청년보 사회조사중심이 인터넷 포털 텅쉰망 등을 통해 네티즌 2만7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95.1%가 “뤄관 뿌리 뽑기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데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이들 가운데 92.7%는 “뤄관 문제는 정부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더욱이 74.2%는 “내 주변에도 뤄관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뤄관 근절 대책에 대해서는 “뤄관과 그 가족들의 자금 출처를 철저히 추적해야 한다”(32.0%) “공무원 재산공시제도를 시행해야 한다”(19.3%) “뤄관에게 기관장이나 중요한 자리를 맡겨서는 안 된다”(11.2%) 등의 응답을 내놓았다.

당 기관지가 이런 보도를 하고 나선 것은 뤄관 단속을 전국 차원으로 확대하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라는 관측이 많다. 국가행정학원 주리자(竹立家) 교수는 “뤄관은 이미 인민들의 당과 국가에 대한 신뢰도에 금이 가게 하고 있다”며 “뤄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부패를 근본적으로 없애기 어렵다”고 말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