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서적만 읽으면 선한 영향력에 한계”

입력 2014-06-19 02:31 수정 2014-06-19 15:20
책 읽기 운동을 펼치는 나동훈 ㈔땡스기브(Thanksgive) 대표는 “많은 책을 읽으려 하기보다 좋은 책을 여러 번 읽으라”고 조언했다. 허란 인턴기자

기독교인에게 추천할 만한 책 3권을 물었다. 그는 주저 없이 ‘파리대왕’ ‘철학은 어디에 있는가’ ‘적정기술 그리고 하루 1달러 생활에서 벗어나는 법’을 들었다. 모두 기독교 서적이 아닌 일반 서적들이었다.

나동훈(45) ㈔땡스기브(Thanksgive) 대표는 “신앙 서적은 아니지만 성도들의 내공을 키울 수 있는 책들”이라며 “내용이 궁금하면 직접 읽어 보라”고 말했다.

나 대표는 책 읽기 운동, 특히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책 읽기운동을 펼치고 있다. 땡스기브는 독서진흥운동을 펼치는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비영리법인이다. 경기도 안양 열린교회(김남준 목사) 안수집사인 그는 책을 안 읽는 기독교인들에게 “책을 읽자”고, 기독교 서적만 읽는 이들에게 “일반 서적을 읽자”고 외친다.

나 대표는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고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그들을 알아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 그들의 글을 읽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독교인들은 세상 문화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하는데, 그러려면 그 문화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파스칼은 철학을 비웃기 위해 철학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나 대표는 이를 위해 일반 서적을 소개하는 월간 매거진 ‘땡스북(THANKSBOOK)’을 발간한다. 또 땡스기브에 기탁된 서적을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에 기증도 한다. 지난해 2차례 8000여권을 전달했다. 앞으로는 교회에서 책 읽기 모임도 진행할 계획이다.

땡스북은 ‘미디어의 이해’ ‘글이란’ ‘왜 책을 읽는가’ 등 사람을 일깨우는 담론과 책의 원문 한 페이지를 싣고 이에 대한 느낌, 서평 등을 적은 ‘5분 읽기’로 구성돼 있다.

5분 읽기는 책을 평가하기보다 저자의 생각을 넘어 사람들의 고민을 끄집어내는 역할을 한다. “단 5분만 읽어도 책에 끌리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글은 김주련 성서유니온 출판국장, 노경실 아동·청소년 소설가를 비롯해 대학교수, 도서관장, 학교장 등이 쓴다. 대통령 직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초대위원장을 지냈던 한상완 장로가 고문으로 돕고 있다. 보통 땡스북 한 권에 일반 서적 30권 정도가 소개된다. 기독교인에겐 일반 도서를 소개하는 역할을, 비기독교인에게는 복음을 전하는 역할을 한다.

“비기독인에겐 인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촉구합니다. 허무주의 세속주의 개인주의 등 우리 사회를 파편화시키는 것에 대해 경고도 합니다. 인간의 야만성을 그린 ‘파리대왕’을 통해서도 복음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죠.”

나 대표는 본래 홍익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기독교 영성, 철학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원에서 기독교 변증가 프란시스 쉐퍼에 빠져 ‘인본주의 철학이 디자인에 미친 영향’이라는 석사학위 논문을 제출했고, 박사과정에선 미국의 대표적인 신학자 조나단 에드워즈의 사상에 감동받아 ‘디자인의 사회적 책임 윤리’에 관한 논문을 썼다. 이후 기독인과 비기독인간의 소통에 대해 고민하다 책 읽기 NGO를 만들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