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역사인식 논란 등에 휩싸인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거취를 놓고 고심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 친박(친박근혜)계에서도 문 후보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임명동의안의 국회 제출을 미루고 여론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여권, '문창극 카드' 고심 중?=당초 17일로 예정됐던 문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인사청문요청서 국회 제출이 연기되면서 여권 안팎에선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중앙아시아를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현지 일정과 시차 때문에 국회 사무처 업무마감 시간까지 전자서명 재가를 하지 못해 불가피하게 미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순방 일정이 이미 예정된 상황에서 총리 인준 관련 서류 제출 시한을 결정한 상황인데 이를 연기한 것은 '중대한 변화'로 해석할 수 있다. 게다가 서류 제출 후에도 문 후보자의 거취 변화는 가능한데 바로 인준에 필요한 공식 절차를 연기한 것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새누리당의 당권 주자이며 친박계 좌장격인 서청원 의원이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한 것이 청와대의 기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윤상현 사무총장은 "당 지도부의 판단이 일단 '고(go)'였는데 (서 의원의 기자회견이) 내부 논의를 촉발시키는 기폭제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18일 국회 본회의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 예정이어서 문 후보자의 거취가 논의될 전망이다.
◇徐, 文 사퇴 촉구 배경은=문 후보자 거취를 두고 당 지도부와 의견을 같이했던 서 의원이 돌연 '자진 사퇴' 카드를 꺼내든 데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온다. 서 의원 측은 "총대를 멘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의원이 문 후보자가 총리직에 적합한 인물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왔고, 여론을 수렴한 결과 더 이상 포용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서 의원 측 핵심 관계자가 "친박 맏형 입장에서 풀어내기 어려운 문제를 정리해줬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 의원의 다른 측근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서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당이 중심을 잡고 정국을 이끌어갈 수 있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측근은 "서 의원이니까 할 수 있지 김무성 의원은 이렇게까지 못 한다"고도 했다. 서 의원은 기자회견 이후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과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모든 것을 내가 책임지겠다. 당과 청와대를 위한 것이니 양해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심과 민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당권 주자들이 추가로 목소리를 내면 문 후보의 자진 사퇴론에 더욱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한 당직자는 "서 의원이 물꼬를 텄다. 관망하거나 옹호하던 주자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새누리 ‘문창극 출구전략’… 지도부마저 등 돌린 듯
입력 2014-06-18 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