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책 어디까지 읽어봤니

입력 2014-06-18 02:48
충실한 정보와 감성적 스토리, 이중 어느 한쪽이 아닌 둘 다를 잡겠다고 표방한 여행서들이 인기다.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에서 한달쯤 살고 싶은 유럽여행지로 꼽은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 올드시티.홍익출판사 제공

알뜰한 여정을 위한 정보와 감성 충만한 스토리를 함께 담은 책들이 여행 서적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상반기 여행분야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한항공이 설문조사를 벌여 선정한 유럽의 여행지를 에세이스트이자 문학평론가인 정여울씨가 찾아가 ‘초감성적’으로 묘사했다. 비행기편이나 숙소 같이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정보는 싣지 않은 대신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와 기후와 교통 등 여행에 필수적인 정보는 빠트리지 않았다.

이 책을 기획한 홍익출판사 주소은 편집자는 “방대한 정보보다는 여행지에서 무엇을 어떻게 느껴야 할지에 무게 중심을 두고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엔)기본적인 여행 정보는 인터넷 블로그와 커뮤니티에서 찾고, 현지 가이드는 스마트폰 앱이 제공하는 시대”라며 “흔하지 않은 여행지를 발굴하고 스마트폰이 주지 못하는 감성이 실린 글을 담는 것이 앞으로도 여행서적 독자들이 원하는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새롭게 출간되는 여행 서적들도 감성과 정보의 두 마리를 잡으려 하고 있다.

‘남도여행법’(김종길)을 펴낸 생각을담는집의 임후남 대표는 “느린 여행이라는 콘셉트에 충실한 정보를 담았다”며 “8쪽에 걸쳐 펼쳐진 경전선 열차 시각표를 뒤지는 아날로그적 경험은 스마트폰으로는 느낄 수 없는 여행의 또 다른 맛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경전선 열차를 타고 가면서 마주치는 풍광을 꼼꼼하게 기록하면서도 열차시간표와 노선도, 남도 여행을 위한 팁까지 챙겼다.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된 글을 새롭게 묶은 ‘지극히 주관적인 여행’(이상헌·북노마드)은 책에 나온 여정을 그대로 따라가면 1박2일 주말여행을 다녀올 수 있을 정도로 정보가 충실하지만, 지은이의 취향도 서슴없이 드러낸다. 인터넷서점 예스24의 강현정 여행MD는 “읽다보면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는 책”이라고 말했다.

출판계에는 ‘여행을 꿈꾸는 사람은 여행에세이를 사고, 진짜 여행을 가는 사람은 가이드북을 산다’는 속설이 있다. 감성과 정보를 묶은 신개념 여행서적은 그 경계를 지우며 새로운 장르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서점가에서는 이밖에도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에 소개된 여행지를 안내하는 책들이 계속 인기를 얻고 있고, 서울 근교나 일본·중국 등을 짧게 여행할 수 있는 책들도 다수 출간됐다.

인터넷서점 알라딘의 도란 여행MD는 “원전 사고로 한동안 뜸했던 일본 여행책이 엔저 현상으로 다시 출간되고 있고, 일찍 시작된 더위 덕분인지 지난해에는 시원찮았던 국내여행서들이 빛을 많이 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