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중신학회는 16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에서 세미나를 열고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교회가 추구해야 할 신학의 방향을 논의했다.
주 발제자인 새길기독사회문화원 정경일(사진) 원장은 “한국교회는 사회의 고통에 대해 무감각하고 무관심한 전통신학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통신학의 배경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전능함과 의로움을 부정하지 않기 위해 고통과 악을 하나님의 의지와 계획의 일부라고 설명하는 전통적 신정론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많은 교회에서 전통적 신정론의 예를 발견할 수 있다”며 “다수의 목회자들은 세월호 침몰에 대해 ‘하나님의 의를 이루기 위한 과정’ 혹은 ‘참사에 숨겨진 하나님의 뜻을 찾자’고 설교하고, 성도들은 이를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통적 신정론에 따라 세월호 사고의 원인 제공자도 하나님의 뜻에 따라 필요한 역할을 한 것이 됐고, 결과적으로 가해자를 변호하게 되면서 반(反) 기독교정서 역시 확산됐다”고 덧붙였다.
정 원장은 “신정론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점이 있어 학계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라며 “현 시점에서 교회는 위르겐 몰트만 박사가 강조한 ‘십자가에 달린 하나님’과 민중신학이 주창한 ‘함께 고통 받는 하나님’의 모습을 좇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참된 애도는 신학적 용어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울어주는데서 시작한다”며 “한국교회는 권력과 자본에 대한 탐욕을 버리고, 고난 입은 자들의 한을 풀어주는 역할을 충실히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전통적 신정론’에서 벗어나 고통받는 사회와 함께 울어야
입력 2014-06-18 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