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인천 만수동의 한 상가교회 십자가 탑이 와르르 무너졌다. 15년 전 철과 나무 등으로 만든 15m 높이 탑의 하부가 부식된 상태에서 강풍이 불어닥쳤기 때문이다. 탑은 맞은 편 전신주와 부딪힌 뒤 도로 위 차량을 덮쳤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교회건축 전문가들은 17일 한국교회에 설치한 많은 십자가 탑이 오래되고 낡아 강한 바람이 불면 무너질 위험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와 바람이 많은 여름철엔 각별한 주의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안전불감증은 심각한 상태다. 대부분 교회는 2년마다 실시해야 하는 시설물 안전점검을 하지 않는다. 건축법 시행령 제23의2 1항에 따르면 건축물의 소유자나 관리자는 해당 건축물의 사용승인일을 기준으로 10년이 지난날부터 2년마다 정기점검을 실시해야 한다. 6m 높이 이내로 십자가 탑을 세워야 한다는 건축규정도 잘 지키지 않는다. 십자가 탑을 6m 이상 축조할 경우 건축법상 신고 또는 허가대상이지만 10m 이상의 십자가 탑을 세우면서도 신고 또는 허가 절차를 밟지 않는 교회가 적지 않다. 일부는 건축허가를 받은 뒤 십자가 탑을 세우는 편법도 동원한다. 이 같은 경우 사고가 발생해도 보험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재정적으로 어려운 교회들을 위해 지역교회 연합단체가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대책을 마련하는 곳도 늘고 있다. 안양시기독교연합회는 지난 2년간 안양시의 지원을 받아 100여 교회의 십자가 탑을 교체했다. 수원시기독교총연합회와 수원시는 지난해 33곳에 이어 올해 27곳의 십자가 탑을 교체할 계획이다. 서울시기독교총연합회도 서울시와 같은 방안을 협의 중이다.
이주태 미션코리아 대표는 “세월호 참사도 기본적인 규정과 수칙을 지키지 않은 데서 시작됐다”면서 “우리 교회 십자가 탑이 위험하지 않은지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름이 오기 전에 탑의 기초부분에 볼트를 박아 안전하게 고정하고, 그래도 붕괴 위험성이 있다면 과감하게 철거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태풍의 계절 눈앞 노후 십자가 탑 안전점검 미리 하세요
입력 2014-06-18 0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