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수직문화가 그리웠나… KT, 매니저제 폐지 ‘직급제’로

입력 2014-06-18 03:14

KT가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며 시행했던 매니저 제도를 4년 만에 폐지했다. 차곡차곡 승진하는 일이 없다보니 직원들의 동기부여가 잘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KT는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 5단계 직급과 호칭을 분류하는 직급승진제도를 부활시킨다고 17일 밝혔다. 임금체계도 직급에 맞게 5단계로 전환한다. 직급별로 3∼4년이 지나면 승진하게 되고, 빠르면 입사 14년 만에 부장이 될 수 있다.

KT는 이석채 전 회장 시절인 2010년 직급제를 폐지하고 사원부터 부장까지 모두 매니저로 통일했다. 호칭 때문에 직원 간에 위화감이 조성되고 수평적인 소통이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호칭을 통일해 연공서열이 아닌 능력에 따라 보상하겠다는 의도도 있었다.

하지만 4년 만에 직급체계를 원상복귀 시키면서 이런 시도가 실패했음을 인정하는 셈이 됐다. KT는 자료를 통해 “비전과 자부심, 업무성과 기반의 보상이 가능하도록 직급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경쟁사인 SK텔레콤은 2006년부터 직급을 폐지하고 매니저 호칭을 도입해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운영하고 있어 KT와 대조를 이룬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민영화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공기업 분위기가 남아있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보통 기업의 직급체계는 한 번 정해지면 큰 변화 없이 꾸준히 가게 마련이다. 자주 바꾸면 조직에 혼란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KT가 직급체계를 원상복귀 시킨 건 ‘이석채 흔적 지우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황창규 회장은 취임 이후 ‘원래 KT’를 강조하면서 이 전 회장 시절 불만이 많았던 조직을 추스르는 데 힘을 쏟았다. 직급제 부활은 과거 조직문화로 돌아가길 원했던 KT 내부의 목소리를 황 회장이 수용해 결정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