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월드컵, 열정과 냉정사이] 조용해서… 수험생은 공부 중

입력 2014-06-18 03:04

세월호 참사 여파와 오전에 열리는 경기시간 때문에 브라질월드컵 분위기는 예전처럼 떠들썩하지 않다. 이런 상황의 최대 ‘수혜자’는 6∼7월 시험을 앞둔 수험생과 대학생들이다. 21일과 28일에는 각각 지방직 9급과 서울시 7·9급 공무원 필기시험이 치러진다. 사법고시 2차 시험(25∼28일)과 행정고시 2차 시험(7월 1∼5일)도 예정돼 있다. 이 시험을 준비 중인 이들에겐 응원 열기에 휩쓸리지 않고 공부에 매진할 여건이 조성됐다.

17일 서울 노량진의 공무원시험 학원에서 만난 김유호(28)씨는 “월드컵 분위기랄 게 거의 없는 상황이라 시험 준비에는 낫다”며 “운동을 좋아해서 평소 축구 경기를 열심히 보지만 시험이 코앞이라 괜히 휩쓸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 7급 시험을 준비하는 그는 18일 열리는 러시아전에 대해서도 “경기를 보고 나면 들뜨고 공부에 집중이 안 된다”며 “시험 끝나고 마음 편하게 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신림동 학원가에서도 월드컵은 다른 세상 얘기다.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김정우(30)씨는 “행시 선발 인원 축소가 결정된 터여서 월드컵 때문에 이번 시험을 망치면 평생을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며 “월드컵 이야기할 여유가 없고, 그럴 분위기도 아닌 것 같아 다행”이라고 했다.

대학가 분위기도 차분하다. 종강이나 기말시험 날짜를 두고 교수들과 기 싸움이 치열했던 과거 월드컵 때와는 다르다. 한양대생 박모(20)씨는 “주변에 월드컵 얘기를 하는 친구도 거의 없다”며 “18일 오전에도 시험이 있어 거리응원은 생각하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