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라크 ‘제한적 군사개입’ 가닥

입력 2014-06-18 03:53
이라크 수니파 무장세력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모술에 이어 서북부의 또 다른 요충지인 탈아파르를 점령하는 등 내전이 계속 확산되자 미국이 대사관 보호를 명목으로 병력을 추가로 배치했다. 미국은 이라크의 상황이 더 악화되더라도 대규모 병력 투입이 아닌 특수부대 파견이나 드론 공습 같은 '제한적 개입'만 하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지상군 투입 없는 공습에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무장세력 바그다드 60㎞까지 진격, 美 특수부대 투입 검토=ISIL 세력이 17일(현지시간) 현재 바그다드를 향해 계속 진격 중이라고 CNN은 보도했다. 이들은 특히 바그다드에서 60㎞밖에 떨어지지 않은 도시인 바쿠바를 한때 장악하기도 했다고 BBC는 전했다. 이 때문에 바그다드 주변 도시들에서 정부군과 무장세력 간에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의 혼란이 계속되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의회에 보고한 공식 서한에서 "미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전투능력을 가진 병력을 파견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AP통신은 미국이 바그다드에 모두 275명의 미군을 파견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은 이라크 사태 초반에 대사관 경비를 위해 해병대 50명과 육군 100여명 등 170명을 배치했으며, 이번에 추가로 100여명을 파견했다.

미국은 특수부대 파병도 고려하고 있다. 백악관 관리들은 "여러 군사 옵션 중 최대 100명가량의 특수부대원 파견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며 "하지만 이들의 임무는 전투가 아닌 이라크군 훈련 등에 제한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라크에 대규모 지상군 파병은 없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2011년 이라크에서 완전 철군하면서 '책임 있는 종전'을 했다고 선언한 마당에 다시 지상군을 파병할 경우 쏟아질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공습 얘기도 나온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ISIL을 겨냥한 무인기 공습 가능성에 대해 "그게 전부는 아니지만 중요한 옵션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전투를 해도 지상군보다는 무인기 등을 동원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제한적 공습에 회의론도=하지만 공습 등과 같은 제한적 개입에 벌써부터 회의론이 쏟아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퇴역 장성들의 인터뷰를 통해 "지상 병력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공습 목표를 확인하는 작업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반쪽 공습'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3년 전 철군 이후 이라크 내 정보수집 능력을 대부분 상실했다. 특히 공습을 하려면 민간인과 무장세력을 구분해내는 정교한 정보가 필수적인데 현재로선 그만한 정보수집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습으로 인한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경우 국제적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개리 러프헤드 전 미 해군참모총장은 또 "공습이 제대로 됐는지를 확인할 지상군이 없으면 대규모 민간인 사망자에 대한 적들의 선전에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카타르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연합 등 미 공군기지가 있는 국가가 기지 사용에 협조할지도 불투명하다. 이들 국가는 수니파가 정권을 잡고 있어 시아파 주도의 이라크 정부를 탐탁지 않게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제한적 개입과 함께 이란과의 공조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유럽에서 열리고 있는 이란 핵협상에서 윌리엄 번스 국무부 부장관이 이란 대표단과 이라크 문제를 잠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훈 기자,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