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맨팀… 홀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입력 2014-06-18 03:58

세계 최고의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도 발롱도르의 저주를 피하지 못한 것일까.

호날두를 앞세운 포르투갈은 17일(한국시간)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G조 1차전 독일과의 경기에서 0대 4 대패를 당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수여하는 발롱도르는 한 해 동안 가장 빼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는 상이지만 지금까지 월드컵 직전에 이 상을 받은 선수의 소속팀은 월드컵에서 부진했다.

지난 1월 발롱도르를 차지한 호날두는 2013∼2014 시즌 프리메라리가 득점왕 및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끄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독일과의 경기에서 그는 명성에 한참 못 미치는 플레이로 팬들에게 아쉬움을 전했다. 홈경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브라질 팬들의 압도적인 응원을 받은 그가 기록한 볼 터치는 겨우 44회. 선발 선수들 가운데 가장 적다. 유효슈팅 역시 단 1회로 포르투갈 에이스에겐 굴욕적인 수치다.

호날두의 부진은 단지 그만의 잘못이 아니다. 부상에서 갓 회복한 호날두는 측면과 전방으로 쉴 새 없이 뛰어다녔지만 패스조차 받기 힘들었다. 독일은 호날두에게 가는 패스를 일찌감치 차단하며 역습을 예방했다. 호날두는 어쩌다 공을 잡아도 독일 수비수 3∼4명이 달라붙는 바람에 패스조차 마음먹은 대로 하지 못했다. 호날두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던 포르투갈은 독일의 두터운 수비 아래 완전히 리듬을 잃어버렸다. 아무리 슈퍼스타가 있더라도 팀 스포츠인 축구에서 조직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경기였다.

주장 완장을 찬 호날두는 연달아 터진 동료들의 파울에 점점 평점심도 잃어갔다. 전반 11분 브로노 아우베스가 페널티지역에서 파울을 하며 페널티킥 선제골을 내줬고, 페페는 토마스 뮐러를 머리로 가격하는 황당한 행동으로 퇴장을 당했다. 호날두는 결국 후반전 주심의 석연치 않은 판정이 나오자 격하게 항의하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전방 공격수 우고 알메이다와 왼쪽 풀백 파바우 코엔트랑이 부상으로 실려 나갔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빠르게 지나치는 호날두의 얼굴은 분노와 허탈로 경직돼 있었다.

‘죽음의 조’인 G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독일에 대패한 포르투갈은 미국, 가나와의 2, 3차전을 모두 이겨야만 16강 진출을 기대할 수 있다. 호날두가 남은 두 경기에서는 슈퍼스타의 위용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포르투갈이 워낙 막대한 전력 손실을 입은 만큼 호날두의 악전고투는 계속될 전망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