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새누리당의 기류가 심상찮다. 총리의 경우 장관과 달리 국회 인사청문회 후 본회의 인준 투표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여당이 확실하게 뒷받침하지 않으면 임명되기 어렵다. 그런데 새누리당 분위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문 후보자에게 불리해지는 형국이다.
일부 초선 의원들이 문 후보자에 대해 처음부터 반대 의견을 냈으며, 비주류 핵심인 이재오 의원에 이어 17일엔 ‘친박 좌장’인 서청원 의원까지 사실상 사퇴를 촉구했다. 인사청문회 절차를 밟더라도 인준 투표에서 통과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서 의원이 굳이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문 후보자가 국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가 잘 판단해야 된다”고 압박하고 나선 이유는 분명치 않다. 집권당의 원로 정치인으로서 박근혜 대통령과 문 후보자에게 시중 여론을 솔직하게 전달하려는 목적일 수도 있고, 당 대표 경선 출마자로서 ‘힘 있는 후보’임을 과시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대표 경선에 나선 김무성 의원은 문 후보자의 해명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문 후보자의 처신은 매우 중요하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자신을 비토하는 상황에서 총리직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면 언론에 의해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진지하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할 필요가 있다. 그는 교회 강연과 서울대 강의에서 행한 발언에 대해 처음에는 “사과할 일 없다”고 했다가 곧바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후보자의 역사관을 미심쩍어하는 국민은 상당히 많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파상 공세는 차치하더라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불교단체, 경실련에 이어 대한변호사협회까지 사퇴요구 성명을 발표했다. 민심이 썩 좋지 않다는 뜻이다. 문 후보자 입장에서 억울할 수도 있다. 어떤 강연이나 강의 내용이라도 앞뒤 잘라버리고 일부분만 부각시킬 경우 오해를 살 가능성이 많은 게 사실이다. 문 후보자가 자신의 역사관과 국가관에 하자가 없다고 확신한다면 국민에게 좀더 겸손하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 국민이 공감하지 않는 해명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정치권도 명심할 것이 있다. 문 후보자는 안대희 총리 후보자 낙마 후 지명된 사람이다. 총리가 사실상 공백인 상태다. 명백하게 총리 자격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지 않은 한 마구잡이로 내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만에 하나 7·30 재보선이나 7·14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략이 개입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국민청문회’가 끝났다는 새정치연합의 주장도 적절치 않다. 지금 문 후보자는 언론 검증을 받고 있는 중이다.
국회에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만큼 여야는 문 후보자에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할 기회를 주는 것이 옳다.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회의원들이 총리로서의 자질을 검증하고, 판단은 전체 의원들에게 맡기면 된다. 정 안 되겠다 싶으면 인준 투표에서 부결시키면 그만이다.
[사설] 여당 일각에서도 수용 거부하는 文 총리후보자
입력 2014-06-18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