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 대개조하려면 인사시스템부터 바꿔라

입력 2014-06-18 02:58
박근혜정부 2기 내각 출범이 순탄치 않다. 김명수 교육부·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송광용 교육문화수석 등이 논문 표절 및 ‘거수기 사외이사’ 논란에 휩싸여 있다. 청와대 수석들과 달리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교육·안전행정 장관 후보자는 여론 악화로 장관직에 오를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월호 참사를 교훈으로 삼아 오랜 적폐를 드러내고 국가를 대개조하려는 박 대통령의 구상이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차질을 빚게 됐다.

국민을 비탄과 슬픔에 빠지게 한 세월호 참사의 원인(遠因)으로 지목된 관피아 등의 적폐 척결에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할 시기에 인사 문제로 또다시 귀중한 시간을 허송하는 것은 대단히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대국민 담화를 통해 “세월호의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반드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박 대통령의 눈물을 보며 국민들은 국가를 개조하고 적폐를 척결하는, 이전과 전혀 다른 새로운 정부가 탄생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박 대통령의 잇따른 인사는 그런 기대를 접게 만든다. 변호사 수임료로 하루에 1000여만원을 번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가 전관예우 논란 속에 지명 엿새 만에 자진사퇴하는 홍역을 치렀으면서도 인사를 할 때마다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부적격 인사들이 끊임없이 국가 요직 후보자로 지명되는 것은 인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정부 고위직 인사는 인사위원회의 검증을 거쳐 대통령이 결정한다. 청와대 비서실장, 민정수석, 총무비서관, 부속실장 등이 인사위원회 멤버다. 이처럼 인사위원회가 소수 인원이 참석하는 폐쇄적인 형태로 운영되면 철저한 검증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특정 지역·학교 출신이 청와대와 정부, 공공부문 요직을 독과점하는 기이한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위장전입, 논문표절, 다운계약서 작성, 전관예우, 부동산 투기 등을 ‘과거의 관행’이라고 감싸는 한 인사 실패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국민 눈높이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국민의 시각에서 검증의 칼날을 들이댈 때 비로소 인사 참극을 막을 수 있다. 바람 잘 날 없는 이런 식의 인사로는 국가 대개조는커녕 집안 개조도 어렵다. 정부 조직을 아무리 적폐 척결에 알맞게 바꾼들 현 인사 시스템으로는 적임자를 찾기 쉽지 않다. 정부조직 개편에 앞서 인사 시스템부터 확실하게 뜯어고쳐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인사 검증에 실패한 관련자들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검증 실패로 지출하지 않아도 될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국가 대개조는 동력을 얻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