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를 일구는 洪 감독… “내가 믿는 것은 선수들이다”

입력 2014-06-18 00:04 수정 2014-06-18 17:42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H조 러시아와의 경기를 하루 앞둔 17일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나우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홍 감독. 연합뉴스
홍명보 감독이 2002년 6월 2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2 한일월드컵 스페인과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로 나서서 4강행을 확정짓는 골을 성공시킨 뒤 두 팔을 벌리고 환하게 웃고 있다. 국민일보DB
사람들은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나 대한민국 축구는 기적을 만들었고, 희망을 쏘아올렸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당당히 4강에 올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고, 2012 런던올림픽에선 파란을 일으키며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축구 변방국이었던 한국이 일으킨 반란의 중심엔 늘 그가 있었다. 바로 한국축구 대표팀의 홍명보(45) 감독이다.

스페인과의 한일월드컵 8강전 승부차기를 성공시키고 환하게 웃었던 홍 감독. 그는 국민들에게 희망 그 자체였다. 홍 감독은 이제 한국축구 사령탑에 올라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다시 국민들에게 희망을 전하려 한다. 반란의 첫 무대는 18일 오전 7시(한국시간) 쿠이아바의 아레나 판타나우에서 열리는 러시아와의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이다.

일본과의 런던올림픽 3∼4위전을 치르기 전 홍 감독은 선수들에게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너희가 죽으려고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라며 “자, 전쟁이다! 어떻게든 이기자”고 독려했다. 태극전사들은 이 말을 듣고 심장이 뜨거워졌다.

2년 후 홍 감독은 러시아와의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우리 선수들은 에너지가 넘친다”고 치켜세웠다.

홍 감독은 17일 오전 브라질 쿠이아바의 판타나우 경기장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굉장히 젊은 팀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팀”이라며 “그렇다고 해서 경기장 안에서 어린 판단을 내리진 않을 것”이라고 선수들의 사기를 진작시켰다. 이어 2002 한일월드컵 당시의 팀과 현재의 팀을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현재의 대표팀이 당시의 대표팀보다 더 강하다, 더 강하지 않다고 얘기할 순 없다”며 “내가 믿는 건 여기에 있는 선수들”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홍 감독의 머릿속엔 16강 진출을 위한 다양한 옵션이 있는 듯했다. 그는 ‘러시아와의 첫 경기에서 꼭 이겨야 16강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첫 경기가 팀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며 “(러시아에) 지지 않는 경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러시아전에서 최소한 비긴 뒤 알제리전과 벨기에전에서 승부를 볼 수도 있다는 뜻이다.

겉으로 보기에 현재 대표팀은 분위기가 좋지 않다. 튀니지,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잇따라 패했다. 그러나 평가전은 어디까지나 평가전일 뿐이다. 홍 감독은 평가전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계획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선수들은 홍 감독을 믿고 훈련에 매진했다. 홍 감독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 홍명보호는 원팀(One Team)이 돼 있다.

홍 감독은 입으로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가슴으로 말한다. 런던올림픽 당시 우리 선수들이 8강에서 영국을 꺾은 뒤였다. 그는 미팅이 끝난 뒤 프레젠테이션 화면에 이런 편지를 띄우고는 먼저 회의실에서 나갔다.

“우리가 모두 이룬 것 같아 보여? 봐! 우리가 얼마나 멀리 왔는지. (중략) 사람들이 말했지. ‘걔들은 안될 거야’라고. 하지만 이렇게 있는 우릴 보라고. 우리는 여전히 함께이고 여전히 강하잖아. (중략) 여전히 너흰 내가 사는 동안 원하는 사람, 여전히 너흰 내가 사랑하는 바로 그 사람들이니까.”

한 마리 사슴이 이끄는 사자들의 군대보다 한 마리 사자가 이끄는 사슴들의 군대가 더 위협적이라는 격언이 있다. 홍명보호에 딱 어울리는 격언이다.

쿠이아바=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