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생각나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인도 서해안의 중서부 도시 트리반드럼에서부터 여행을 시작한 한 사내의 탐험이야기. 그 사내의 손에는 사진기 하나와 막대기 외에는 들려있질 않다.
뱀을 숭배하는 고장으로 유명한 트리반드럼에서부터 그는 낯선 정글을 헤매기 시작한다. 독사 킹코브라를 찾아서, 그러니까 킹코브라가 아닌 유순한 뱀을 만나면 그냥 지나가는 것이다. 섬슈와의 정글, 와야나드 정글 등을 그는 차례로 탐험한다. 어떤 정글에서는 노숙을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정글에서는 높이 망루를 지어놓고 숲 전체를 살피며 일주일씩 살기도 한다. 그 망루에서 그는 정글 전체를 살펴보며 킹코브라가 있을 만한 곳을 점찍은 다음 그곳들을 탐험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 곳에도 없다. 그래서 아무 소득 없이 그곳을 떠나려는 마지막 날, 그는 대나무 잎이 모여 있는 곳을 발견한다. 그 대나무 잎들은 알을 낳으려고 킹코브라가 모아놓은 것이 분명했다. 그는 환희에 차서 걸음을 멈춘다. 그의 눈동자가 놀라움과 기쁨으로 확대된다. 바로 킹코브라 독사의 보금자리! 만약 물기라도 하면 장정 스물쯤은 거뜬히 죽일 수 있다고 하는, 무시무시한 독사. 그 남자는 살몃살몃 가까이 다가간다. 그리고 킹코브라의 잔뜩 독 오른 머리를 만진다. 거기에 손을 얹는다. 그의 숨찬 멘트. “저는 킹코브라(4.5㎞)가 제 앞에 독이 올라 꼿꼿이 몸을 세우는 꿈을 꾸어왔어요.” 그리고 얼른 뱀으로부터 몸을 뗀 그는 킹코브라가 눈치 채지 못하게 카메라를 집어 든다. 그리고 클로즈업 사진을 찍는다.
“누구나 살면서 해보고 싶은 일이 있지요. 내게 그 일이란 킹코브라의 머리에 직접 손을 대보는 것이었지요. 그 일이 실현되다니!”
그는 20년 넘게 뱀만을 연구한 뱀 전문 학자이며 사진작가, 탐험가인 오스틴 스티븐스이다.
하긴 세상에는 참 이상한 사람이 많지만, 이렇게 독사의 머리에 손을 얹어보는, 아무도 꾸지 않을 꿈을 꾸며 사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그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그렇다면 오늘, 당신의 그 ‘킹코브라’는 과연 무엇인가. 아니, 당신에게 킹코브라가 있는가!
어디선가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젊은 한때엔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요. 먹고사노라니 어디 그럴 틈이….’ 글쎄, 꿈이란 아마도 그 ‘틈’에 있는 것이 아닐까.
강은교(시인)
[살며 사랑하며-강은교] 틈
입력 2014-06-18 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