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회의 땅, 중국! 거대 시장에 호기롭게 덤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준비 없이 무턱대고 뛰어드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사장을 하기로 결정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무를 수도 없고 참 난감했다.
중국 화장품 시장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나는 전 세계 꼴찌로 진출하는 셈이었다. 그런데 참신한 아이디어도, 제품도 없었다. 화장품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곤 회사에 나뿐인데 정작 중국시장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무엇보다 유통 채널이 없으니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큰소리를 쳤으니 어떻게든 책임은 져야 하는데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었다.
‘내가 최악의 수를 뒀다. 뒤늦게 인생 2모작으로 너무 무모한 도전을 해 실패를 하는구나.’ 무(無)에서 출발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음을 온몸으로 실감했다. ‘팔 물건이 없어 그런가’ 싶어 작은 회사를 인수해 제품을 출시했다. 그런데 조금 인기가 있다 싶으면 금세 ‘짝퉁’이 나와 피해를 입기 일쑤였다. 제품이 없어도 걱정이고 있어도 걱정이었다.
결국 아내에게 조심스레 심경을 밝혔다. “그동안 어떻게든 회사 잘 만들어 보려고 했는데, 이번엔 힘들 것 같아. 서울로 가야겠어.” 잠자코 내 말을 듣던 아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 여기 와서 맨땅에 헤딩한다고 하셨죠. 내가 보기엔 아직 이마에 작은 상처도 안 난 것 같은데, 벌써 포기한다고요?” 그때 아내의 말이 내겐 ‘하나님 말씀’처럼 들렸다. 매일 나를 위해 기도하던 아내의 입을 빌려 하나님께서 하신 말씀이었으리라. 내가 진짜 사장이 된 것은 그날부터였다.
아내의 일침에 정신이 번쩍 든 나는 회사를 본격적으로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회사와 나에 대한 신뢰를 쌓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중국 전역을 돌며 판매원 교육을 했다. 그러면서 매일 틈만 나면 기도를 했다. 하나님은 ‘없는 것을 있는 것같이 찾으시며 죽은 자를 산 자같이 부르는 분’이 아니던가. 1급 지역이 어려우면 2급 지역에 팔고, 설비투자가 어려우면 생산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해결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고생은 그때부터였다. 중국 화장품 시장의 진입장벽은 엄청났다. 선크림 하나 허가 받는 데 3년이 걸렸다. 또 다른 문제는 공장이었다. 자체 설비를 갖추기는 시기상조여서 다른 공장에 생산을 위탁했는데 물량이 많지 않으니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공장 책임자를 찾아가 ‘당신 회사 회장과 친하다’는 압박 아닌 압박까지 해야 겨우 제품을 생산할 수 있었다. 제품생산 뒤 본격 프로모션 단계에 들어가자 자금이 문제가 됐다. 제품이 좋아도 홍보할 돈이 없었다. 유통 상인들의 마음을 얻어야 매장에 제품이 입점되는데 방법이 없었다.
나는 매일 ‘길을 열어 달라’는 내용의 기도를 했다. 그러자 좋은 생각이 났다. 오래된 간판을 우리 브랜드를 넣은 새 간판으로 교체해 주겠다는 제안을 하고 제품을 매장에 입점했다. 성공 사례가 하나 둘 생기니 우리를 찾는 상인은 늘고 매출도 덩달아 점점 증가했다. 중국 전역에서 강연하며 회사를 알리는 데도 주력했다. 화장품 대리점 사업자 수백명을 호텔 연회장에 모아놓고 이전에 출연한 방송 영상을 틀었다. 사회자가 중국 CCTV 격인 KBS에 세 번 소개된 ‘마케팅의 전설 조서환 사장’이라고 말하자 이들은 나를 대단한 사람으로 믿을 뿐 아니라 우리 제품을 신뢰하게 됐다.
이전엔 내 힘으로 해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주께서 함께하시니 회사가 더 융성할 것이라 믿는다. 중국 비즈니스에 성공해 ‘글로벌 비즈니스맨’이 되면 그 다음 목표가 있다.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많은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날까지 계속 노력하며 나아가는 것이 내 사명이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역경의 열매] 조서환 (12) 난공불락 中 시장… 매일 “길 열어주세요” 기도
입력 2014-06-18 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