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의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도 6·4지방선거는 마무리됐다. 후보 경선을 준비하는 선거 초기에 사고가 발생해 과열 자제 분위기가 확산됐고 선심성 공약도 줄었다. 그러나 불행한 사고를 선거에 활용하려는 물밑 작업도 치열히 전개됐다. 남의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생각하자는 교회 설교를 문제 삼기도 했다.
여야 지지기반이 확고한 영호남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무승부에 가까운 박빙 승부였다. 후보 개인의 역량보다는 세월호 사태가 판세를 뒤흔드는 비정상적 선거판이기도 했다. 해석이 쉽지 않은 선거 결과를 놓고 여야 모두 겸허한 자세로 반성하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다. 로또 당첨에 비유되는 교육감 선거는 더욱 문제였다. 선두주자의 가정사 노출로 인해 여론조사 3등 후보가 막판 뒤집기로 당선되는 해프닝도 연출됐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심각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형편없이 낮고 중앙정부 보조금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기초단체인 경기도 수원시 주민 수는 광역단체인 울산보다 많다. 수원시 창원시 성남시 고양시 등 주민이 100만명을 초과하거나 근접하는 기초단체의 대도시 특례 요구가 거세다. 대도시 아파트 단지 거주자보다 적은 3만명 미만의 기초단체도 많다. 주민 43만명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는 행정구로 구청장을 임명하는데 비해 주민 5만명 수준의 광역시 자치구에서는 구청장뿐만 아니라 구의원까지 선거로 뽑는다.
과소한 기초단체는 인근 지역과 통합하고 광역단체와 기초단체의 기능을 재조정하는 개편 작업을 신속히 마무리해야 한다. 교육감 선거 파행으로 엉망인 교육자치도 재검토해야 한다. 자치경찰과 중앙정부 행정사무 지방이양 등 개선 과제도 많다. 이명박정부에서 운영되던 대통령 소속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가 박근혜정부 들어 지방자치발전위원회로 개편됐다. 자치단체장 임기가 새로 개시되는 시점에서 보다 활발한 논의를 이끌어야 한다. 제19대 국회의원 임기가 만료되는 2년 이내에 개편 관련 입법조치를 완료해야 한다. 4년 후의 차기 지방선거는 새로운 행정체제로 실시해 지방자치를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
과소 기초단체 통합에 있어 주민 수가 적은 단체가 기득권을 지키려고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적은 기초단체일수록 주민 1인당 국고 배정이 더 많기 때문에 통합되면 손해라는 이기심이 발동하는 것이다. 지방에 대한 중앙정부 교부금 배분 방식을 바꿔 자치단체의 재정 책임을 분명히 각인시켜야 한다. 재정자립도가 지나치게 낮거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는 단체는 자치권을 대부분 회수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미국 등 각국에서 채택하고 있는 지방정부 파산도 검토해야 한다. 지방재정이 정상화되고 책임의식이 제고돼야 자치단체가 자발적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다.
국세와 지방세 세수 구조의 불균형도 심각하다. 단체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던 노태우정부 시절의 국세와 지방세 골격이 그대로 유지되는 가운데 지방의 예산 소요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국세와 지방세의 세수 비중은 82대 18인데 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출 비중은 45대 55 수준이다. 국세 중심으로 세금을 거둬 지방에 교부금 등의 방식으로 이양하기 때문에 단체장은 중앙정부 예산 따내기에 골몰하고 따낸 예산은 곳곳에서 낭비된다.
부가가치세를 지방세로 이양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를 감안해 이양 비율을 차등 적용하고, 세금 징수는 국세청이 담당하되 세수는 재화 또는 용역 공급이 발생한 지역에 배분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다. 주민 세금 중심으로 자치단체를 운영하면 지역주민의 자긍심도 높아지고 예산 낭비도 대폭 줄어 건전 재정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 교수
[경제시평-이만우] 지방재정 낭비 막아야
입력 2014-06-18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