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vs 野 감정적 충돌… 與는 집안단속 진땀

입력 2014-06-17 03:58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왼쪽)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영선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역사인식 논란을 빚고 있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와 그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이 16일 충돌했다. 향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파행을 예고하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문 후보자 임명을 반대하는 초선그룹 설득에 나섰다.

문 후보자는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 집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야당의 사퇴 요구가 거센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건 야당에 가서 물어보는 게 좋겠다"고 답했다. 냉소적인 뉘앙스가 담겨 있어 사퇴 압박을 가해온 야당에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새정치연합은 즉각 "대단히 도발적이고 안하무인"이라고 강력 비난했다. 새정치연합 박광온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공직후보자로서 입에 담기 어려운 수준의 폭탄 발언"이라며 "국민과 민족 비하의 연장선에서 야당과 국회를 비하하는 말을 했다"고 반발했다.

이번 충돌로 야당 내부에서는 "문 후보자를 믿을 수 없다"는 인식과 기류가 한층 강해지는 분위기다. 문 후보자는 해군장교 복무 시절 서울대 석사학위를 취득한 것과 관련, 총리실 공보실을 통해 "당시 관례와 절차에 하자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해군본부에서도 오래된 사항이라 보관된 문서는 없으나 적법하게 진행된 것으로 전해왔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전까지 '자진 사퇴'를 거듭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그의 역사관에 대해 일본 극우파는 환영 일색이지만 양식 있는 일본 시민을 비롯해 중국에서도 걱정을 한다"고 말했다. 김한길 공동대표는 조윤선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이 찾아오자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적 과제가 쌓여 있는데 엉뚱한 인사 논란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야당은 "여권이 이미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은 문 후보자를 방패막이로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박근혜정부 2기 개각에서 드러난 친박(친박근혜)계 약진과 지역편중 현상이 '문창극 사태'로 가려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에 내정된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문 후보자를 내세워 다른 장관 및 수석들 문제를 국민 모르게 넘어가게 하려는 작전이 아닌가 할 정도"라고 했다.

반면 이완구 원내대표와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주호영 정책위의장 등 새누리당 지도부는 초선 단속에 진땀을 빼고 있다. 이 원내대표 등은 당내 초선 의원 모임인 '초정회' 소속 13명과 오찬을 함께했다. 형식은 의견청취였지만 실상은 당내에서 확산되는 문 후보자 반대 기류를 차단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 원내대표는 17일에는 비례대표 초선 의원, 오는 20일에는 여성 초·재선 의원들과 잇따라 만날 방침이다. 초정회 회장인 강석훈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후보자의 과거 발언이 국민 정서와 너무 동떨어져 있어 우려스럽다는 목소리도 있었고,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옹호하는 발언도 나왔다"고 말했다. 다만 초정회는 법에 정해져 있는 인사청문 절차를 따르는 게 순리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친이(친이명박)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은 문 후보자 인준 강행 기류에 대해 트위터에서 "고집부릴 일이 아니다"며 "시간을 끌어도 결과는 뻔한 일"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이 의원은 "이럴 때 당 지도부나 앞으로 지도부가 되겠다는 분들은 국민의 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이인제 의원도 "국민 여론이 굉장히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엄기영 권지혜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