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러시아發 ‘가스대란’ 오나

입력 2014-06-17 03:25
유럽연합(EU)이 중재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가스 협상이 결렬되면서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 사태가 가시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가스를 공급하는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은 1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오늘부터 선불 공급제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선불 공급제는 우크라이나가 미리 지불한 대금에 해당하는 양만큼의 가스만 공급하겠다는 것으로 돈을 먼저 내지 않으면 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의미다.

가스프롬은 “선불 공급제 시행 결정이 (우크라이나 가스수입업체) ‘나프토가스 우크라이나’의 만성적인 가스대금 체불 때문에 내려졌다”며 “우크라이나의 체불 대금이 지난해 11∼12월분 14억5000만 달러, 올해 4∼5월분 30억 달러 등 44억5000만 달러가 넘는다”고 강조했다. 지난주 가스프롬은 16일 오전 10시까지 나프토가스가 체불 대금 가운데 19억5000만 달러를 입금하지 않으면 선불 공급제를 시행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가스프롬의 발표는 ‘러시아-우크라이나-EU 3자 협상’이 최종 결렬된 직후 나왔다. 이번 조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 사태로 이어지고 우크라이나를 통해 러시아 가스를 공급받는 유럽에도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 지역은 우크라이나를 관통하는 가스관을 통해 전체 가스 수요의 약 30%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가스 재고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여름철을 맞아 가스 수요가 많지 않다는 점을 들어 유럽 시장에 대한 단기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귄터 외팅어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올겨울 EU 국가의 가스 공급이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러시아-우크라이나-EU가 3자 협상을 재개해 극적 타협안을 도출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러시아는 크림 병합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지난 4월부터 가스 공급가를 80% 이상 인상했다. 이로 인해 1000㎥당 268달러였던 가스가격이 485달러로 급등했다.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는 가스 가격을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고 2009년 체결된 불합리한 장기 가스공급계약을 갱신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대금 지급을 미뤄왔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