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들 고통 외면 말고 세상을 바꾸라”

입력 2014-06-17 03:39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와 부인 멜린다 게이츠가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사에서 졸업생들에게 가난한 이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세상을 변화시킬 것을 주문했다고 산호세머큐리뉴스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5000여명의 학사와 석사, 박사 졸업생을 대상으로 25분간 공동으로 진행한 학위수여식 연설에서 게이츠 부부는 “스탠퍼드대와 관련해 가장 사랑하는 단어는 낙관주의”라며 “낙관주의라는 단어에는 혁신의 감정이 담겨있어 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부가 번갈아 공동 축사를 한 것은 스탠퍼드대 사상 처음이다.

멜린다는 “여러분을 ‘범생이’라고 놀리는 사람이 있지만 여러분은 그걸 자랑스러워한다고 들었다”며 “우리도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게이츠 부부는 동시에 범생이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검은 뿔테 안경을 꼈다. 졸업생과 학부모들은 박장대소했다.

게이츠는 “1975년 MS를 창업할 당시 순진한 낙관론을 갖고 있었다”며 “컴퓨터와 소프트웨어의 마법이 모든 이에게 능력을 부여하고 세계는 더 좋은 곳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졌다”고 소개했다. 그는 “1997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할 당시 전기와 수도, 화장실, 도로가 없는 곳에서 수많은 빈민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현대 세계는 믿을 수 없는 혁신의 원천이며 스탠퍼드는 그 중심에 서 있다”고 했다.

또 “다음 세대에도 스탠퍼드 졸업생들은 새로운 혁신의 물결을 이끌어갈 것”이라며 “세계가 넓다면 여러분은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 수 있고 세계가 좁다면 비관론자들이 두려워하는 미래를 만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혁신을 강조한 게이츠는 “만일 혁신이 순전히 시장 주도로만 이뤄진다면, 그리고 우리가 큰 불평등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면 진보와 발명은 세계를 더욱 더 크게 갈라놓고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멜린다는 “낙관론은 수동적으로 있으면서 ‘모든 것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이자 믿음”이라며 “희망을 품고 가난한 이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도움을 주라”고 당부했다. 특히 “가난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을 보고 ‘저게 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공감은 더욱 강해진다”면서 “스탠퍼드를 떠나며 여러분들의 천재성과 낙관론, 공감을 함께 가져가서 세상을 바꾸라”고 조언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