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복음 위해 이슬람 땅 주방에 서다

입력 2014-06-18 02:50 수정 2014-06-18 15:39
녹색(천지창조) 검은색(인간의 죄) 빨간색(예수님의 보혈) 흰색(죄사함, 구원) 노란색(천국으로 향하는 황금길) 구슬을 꿰어 만든 ‘전도 팔찌’를 손목에 착용한 모습. 셰프 마창선 선교사는 이 팔찌를 통해 방방곡곡에 복음의 기쁜 소식이 전해지길 기도한다. 생명의말씀사 제공
‘MBA 출신 컨설턴트, 복음을 위해 주방에 서다’란 부제가 눈에 띄었다.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는 “이슬람 문화권의 도시 한가운데서 ‘땅끝’을 향해 복음을 전하는 접촉점을 만들고자 비즈니스 선교의 새로운 모델을 구축하며 신나게 카페 주방을 섬기고 있는 저자가 나에게는 ‘스티브 잡스’보다 더 창의적인 인물로 여겨진다”고 책을 추천했다. 잡스보다 창의적이다? 마창선(가명) 선교사가 문득 궁금해졌다.

저자는 대학 시절 선교한국을 통해 ‘비즈니스 선교를 통한 보내는 선교사’로 헌신할 것을 다짐했다. 기업에서 브랜드 전략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이엑스알, 제이에스티나, 컴버스, 코오롱스포츠 등 많은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론칭하며 잘나갔다. 2008년 12월 보내는 선교사가 아닌 본인이 직접 선교사로 결단했다. 365일 고온다습한 M국에 도착했다. 캠퍼스, 젊은이, 컨설팅, 이슬람 국가, 주얼리로 요약되는 비즈니스 선교를 계획했다. 그러나 좀처럼 선교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대학가에 카페를 열어 캠퍼스 선교를 하고 싶어 하는 선교사들을 만났다. 컨설턴트의 본능이 꿈틀거렸고, 그들을 돕기 시작했다. 그런데 카페 모습이 구체화되자 선교사들이 뒤로 빠졌다. 저자가 감당하게 됐다. “이곳 대학생들이 사용하는 자취방의 한 달 임대료가 약 10만원, 학교에서 해결하는 한 끼 식사 1000원. 그들의 주머니 사정에 맞춰 가격을 최대한 낮춰도 밥값 4000원. 학생들이 찾아오기란 쉽지 않다. 수요도 많지 않은 데다 낮은 가격을 책정해야 하니 수익성이 좋지 않을 것이 뻔한데, 카페를 내야 하나? 과거의 나라면 당연이 ‘No’라고 해야 한다. 그러나 전직 컨설턴트는 무계획을 넘어 ‘무식한 도전’을 하게 됐다.”(72쪽)

대학가에 세운 카페 이름은 브리지(bridge), ‘다리(DARI)’다. 하나님과 M국을 잇는 다리요, 선교로서의 다리 역할을 기대하는 곳이다. 저자의 사역지는 9.9㎡(3평) 남짓한 주방. 무더운 날씨에다 40도 이상 올라가는 그곳에서 조리 도구를 다루는 일은 정말 힘들다. 뜨거운 주방은 만만치 않은 사역지였다. 비즈니스맨인지, 주방장인지, 선교사인지도 모르게 지친 상황. “나는 하나님 앞에 서 있는 마창선임을 깨닫고, 내가 가는 이 길이 거룩한 길임을 인정했다. 그때 정체성의 문제가 해결되었다. 나를 역할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와 목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99쪽)

저자는 커뮤니티센터도 열었다. 한국어와 수공업 수업을 진행한다. 센터에서 만든 가방과 액세서리들은 카페에서 판매하고, 수익금은 선교비로 사용한다. 또 대학생 기숙사를 세워 미래의 캠퍼스 사역자들을 키우고 있다.

저자는 동역자들과 함께 이슬람 대학생의 일상으로 들어가 복음의 접촉점을 만들어가고 있다. 셰프란 직업을 가졌지만 그의 진짜 역할은 선교사다. 그의 주방은 창조적인 작업 공간이다. 밥을 짓지만 야채를 썰면서 노래를 만든다. 전도 이벤트도 기획한다. 이처럼 선교활동이 제한된 지역에서 비즈니스와 문화 등을 통해 일종의 위장된 신분으로 선교활동을 하는 것을 ‘창조선교’라 부른다. 저자에게 있어 창조선교는 주방에서 시작됐다.

“어느 날 육수를 끓이면서 우리가 하는 일이 이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결국 손님에게 제공하려는 것은 완성되고 완전한 음식(복음)이지만, 이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육수를 끓여야 한다. 복음 전도의 결정적인 순간을 위해서는 인내하며 오랜 섬김의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128쪽) 마 셰프의 창조선교 이야기를 다룬 이 책에는 비즈니스 선교 모델의 지침서가 될 만한 구체적인 방법들이 소개돼 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