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미역광이 미역으로 암을 완치했습니다. 이런 인연이 또 있을까요?” 해림후코이단 이정식(사진) 사장의 미역 사랑은 남다르다. 해림상사를 창업해 일본으로 미역을 수출하는 사업을 시작한 것이 1977년. 올해로 이 사장과 미역의 인연은 37년째 이어지는 셈이다.
“국내 미역 가공업은 1976∼1977년 사이에 시작됐습니다. 우리 인근해에서 생산된 미역의 질이 좋아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됐죠. 저도 그때 미역 가공업을 시작한 미역 1세대입니다.”
이정식 사장은 생산한 미역의 99%를 일본 시장에 판매할 정도로 활기차게 수출 길을 열었고, 1980년 출범한 한국미역가공협회 부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또 미역 자동자숙장치, 미역 탈수장치를 개발해 특허를 공개하고, 일본에서 산니구종 우수 종묘를 들여와 미역의 종자를 개량하는 등 국내 미역산업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
“오랜 기간 미역을 접하면서 미역이 우리 건강에 얼마나 좋은 식품인지 너무나 잘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는 미역에서 추출한 후코이단이라는 물질이 천연 항암제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어요. 잘하면 미역에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코이단에 관심을 갖고 있던 이 사장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2005년 해양수산부와 전라남도, 완도군이 공동으로 ‘후코이단 산지 가공공장 설립 지원사업’에 참여할 사업자를 공개모집한 것이다.
“신문에서 공모를 보자마자 꼭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역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깊었고, 그때는 이미 대학연구소에 드나들며 후코이단 생산기술도 어느 정도 개발한 상태였거든요.”
치열한 경쟁을 통해 단독 사업자로 선정된 이 사장은 곧바로 공장 설립에 착수, 2007년 드디어 연평균 10톤 규모의 후코이단을 생산할 수 있는 후코이단 전용공장을 완공한다. 그러나 완공과 함께 뜻하지 않은 시련이 이 사장을 찾아왔다. 2007년 공장을 완공하고 후코이단의 생산·판매를 시작하려는 즈음 전립선암 판정을 받았던 것.
“처음에는 무척 허탈했습니다. 어려운 일들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후코이단 판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려는 찰나에 암 진단을 받았거든요. 하지만 후코이단이 뭡니까? 암에 좋다는 물질 아닙니까? 내가 먼저 먹고 좋아지지 않으면 아예 회사를 접자는 오기가 생기더라구요.”
이 사장은 그때부터 엄격하게 몸을 관리하고 후코이단을 꾸준히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흔이 넘은 나이에 전립선암 완치 판정을 받았다. 또 본인이 암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어떤 원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더 효과가 좋은 후코이단이 되는지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고민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미역은 제 숙명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평생을 바친 미역이 암에서 저를 구해주었고, 이제 남은 인생의 목표까지 주었으니 말입니다. 가장 질 좋은 후코이단을 가장 신선한 상태로 고객들에게 전하는 일, 그것이 지금 제가 살아가는 이유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계 최고 품질의 해조에서 추출한 세계 최고의 후코이단. 37년 미역광의 고집과 꿈이 조금씩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이영수 쿠키뉴스 기자 juny@kukimedia.co.kr
[암과의 동행-인터뷰] 전립선암 극복한 이정식 해림후코이단 사장
입력 2014-06-17 0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