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위암 3기 판정을 받은 김호연(가명·49)씨는 6개월 전부터 식단을 채식 위주로 바꿨다. 평소 육식을 좋아했던 김씨였지만 위암 판정을 받은 이후 무분별한 식습관을 고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독이 됐다. 의사 검진 결과 김씨의 상태는 호전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나빠졌다. 채식 위주의 식단 때문에 항암치료를 버텨낼 만한 체력이 바닥난 것. 김씨는 “막상 암 판정을 받고 나니 조급한 마음이 들어 무조건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조정한 게 원인이었다”며 “육식에 대한 편견으로 오히려 몸 상태만 더 나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대다수 암환자들은 암의 호전을 위해 식단 조절에 들어간다. 하지만 김씨처럼 무분별한 식습관을 고친다며 채식 위주의 식단만을 고집하다간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특히 건강 상식 중 암환자에게 잘못 알려진 대표적인 것이 육식에 대한 편견이다.
‘고기를 줄이고 채식을 해야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는 일반적인 상식은 암환자에게 독이 될 수 있다. 또 굳이 채식만 한다고 해서 위의 말대로 장수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세계적으로 장수하는 사람들 중에는 채식주의자가 별로 없으며 적당하게 육식을 지속해온 사람들이 대다수다.
채식주의자가 더 건강하다고 믿는 상식에 비춰보면 채식을 주로 했던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육식을 주로 했던 구석기시대 사람들에 비해 더 건강해야 한다. 하지만 역사학자들의 선사시대 유골 비교에 따르면 신석기인은 구석기인보다 체구도 작고 감염성 질환 등 질병에 걸린 흔적이 많이 발견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암에 걸렸다고 급한 마음에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만 식사를 할 경우 오히려 암을 이기기보다는 암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이현규 인하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암환자는 암과 싸우기 위해 충분한 체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균형 잡힌 식사가 필수다. 때문에 채식뿐 아니라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도 적절히 섭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채식만으로 식생활을 유지하면 면역력이 감소되고 체력이 고갈되며 영양불균형이 와서 환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일부에서 채식이 항암효과가 있다고 이야기하나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는 것들이다. 효과는 없으면서 오히려 몸을 해칠 수 있다면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암 환자에게는 유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규봉 쿠키뉴스 기자
[암과의 동행] 채식의 항암작용? 암 환자에겐 되레 毒
입력 2014-06-17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