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성암 1위는 갑상선암이다. 그 중 20∼39세 가임기 여성에게서 발병률이 두드러진다. 의료계는 여성에게서 갑상선암이 월등히 많은 원인을 놓고 ‘여성호르몬’을 지목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를 단정할 만한 의학적인 데이터가 부족해 추정에 불과하다. 이처럼 원인에 대해서 추측과 논란이 거듭되고 있지만 갑상선암이 젊은 여성을 위협하는 암임은 확실하다. 특히 임신 중에 갑상선암이 발견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임신을 계획한 여성이라면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우선 임신과 갑상선암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정재훈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대한갑상선학회 이사장)는 ‘관련이 없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갑상선암의 성격을 언급하며 “거북이 암이라고 불릴 정도로 진행속도가 느린 암이기 때문에 임신 전 생긴 암을 임신 중 발견한 것뿐이지 임신을 해서 갑상선 종양이 더 많이 생길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는 “만약 암으로 인한 신체적 증상을 느꼈다면 임신 중이라도 병원을 찾아 초음파, 미세침흡입 세포검사 등 검사를 통해 진단을 받아야 하지만 임신한 여성이 갑상선암의 가능성을 염두에 놓고 불필요한 검진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임신이 갑상선암의 발생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렇다면 만약 갑상선암을 발견하지 못하고 임신한 여성이라면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종양의 크기가 1cm이하이면서 전이 가능성이 없는 경우라면 출산 후에 수술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여성의 입장에서 몸에 자리한 암으로 인해 두려움을 느낄 수 있고, 암이 태아에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염려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정재훈 교수는 “아직 정식 보고된 연구는 없지만 30년간 임상에서 본 임산부의 갑상선암은 보통 암환자들보다 유독 그 성장이 느렸다. 또한 태아에게 영향을 주려면 태반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론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갑상선암을 진단받은 가임기 여성이라면 수술을 고민하겠지만 임신 초기 혹은 말기에 발견한 경우라면 대개 분만 후 수술한다”고 설명했다.
임신한 여성이 암을 발견했다면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일반 암환자보다 더 많을 것이다. 자신의 건강과 아이의 생명을 두고 무엇이 더 중요한가를 무척 고민할 것이다. 또한 갑상선암을 진단받은 가임기 젊은 여성이라면 수술 후 임신 가능성이 궁금할 것이다. 하지만 갑상선암은 암 중에서도 예외적인 성격을 많이 갖고 있다.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 없이 수술로만 완치한 경우라면 치료 후 불임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단 갑상선 기능이 저하되었거나 항진된 경우라면 유산율이 높다는 보고가 있으므로 갑상선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정재훈 교수는 “태아 발달이 안정기에 접어든 임신 중기(22주 전후)에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 시기의 수술이 태아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전제에서다. 판단은 암의 진행속도, 임신 주수, 의사의 임상경험이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임신 중에 갑상선암이 발견됐다 하더라도 산모와 아이 모두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므로 괜한 고민과 염려로 무리한 선택을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단비 쿠키뉴스 기자
[암과의 동행] 여성암 1위 갑상선암 임신 중에 발견했는데…
입력 2014-06-17 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