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동갑내기 부부가 가정불화로 14년간의 결혼 생활을 끝내고 이혼 소송을 시작했다. 재산 분할 문제를 놓고 다투는 이 부부에 대해 1, 2심 재판부는 아내 40%, 남편 60% 비율로 재산을 나누라고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 사건은 다시 대법원으로 올라갔다. 남편 측이 향후 퇴직하면 받게 될 퇴직금도 나눠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상고했기 때문이다. 교사인 아내의 퇴직금은 약 1억여원, 연구원인 남편은 4000만원 정도가 예상되는 상황. 과연 이들 부부의 퇴직금은 나눠 갖는 것이 맞을까.
지금까지의 판례로만 보면 답은 ‘아니오’에 가깝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95년 “퇴직금을 받을 개연성만으로는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 향후 근무연수 등에 따라 얼마가 될지, 또 언제 받을지 등이 불확실한 재산은 나눔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판례를 근거로 법조계에서는 이미 받은 퇴직금이나 연금은 재산 분할 대상이지만, ‘향후 수령할 퇴직금이나 퇴직연금’은 재산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정설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결론이 분명해 보이는 이 사건이 19일 대법원의 공개변론에 오를 예정이다. 공개변론사건은 2003년 ‘출가 여성의 종중원 자격 확인’ 소송에서 처음 시도된 것으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거나 사회적인 가치 판단과 직결될 경우 공개적으로 변론을 열어 전문가·참고인 등의 의견을 듣는 방식이다.
다시 말하면 대법원이 이번에 퇴직급여의 재산분할 문제에 대해 다시 검토하고 논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는 얘기다. 실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이혼이 급증하면서 퇴직급여의 재산분할 문제도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다.
보험연구원 이상우 김동겸 연구원도 16일 ‘부부 이혼 시 퇴직급여 재산분할제 도입방안’ 보고서에서 “이혼 증가 등으로 최근 재산분할 청구권자들의 권리 주장이 확산되고 있고 하급심에서는 퇴직급여 재산분할과 관련, 과거 판례와 다른 판결을 내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면서 “이번에 대법원 입장에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이미 지급된 퇴직금이나 금액이 확정된 퇴직금은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하면서 향후 받을 퇴직금은 금액이 확정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인정하지 않아온 대법원의 판단은 불공정하다”면서 “또 주로 여성인 재산분할 청구권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결과도 생긴다”고 지적했다.
특히 연금분할제를 실시하고 있는 국민연금제도 등과의 형평성 문제에 대한 지적도 높다. 국민연금법에서는 이혼 시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을 계산해 만 61세부터 나눠서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를 고려할 때 아직 확정되지 않은 퇴직급여나 연금에 대해서도 관련법에 재산분할 비율과 퇴직급여를 받을 시기 등을 명시하는 방법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이미 미국과 독일 등에서는 금액의 확정성과 무관하게 퇴직금에 대한 재산분할을 허용하고 있다.
이상우 김동겸 연구원은 “향후 받을 퇴직급여에 대해서 국민연금과 같은 재산분할 비율을 적용하고, 분할지급 시점은 이혼성립 시·급여수급 시 중에 선택하도록 명시하는 등의 퇴직급여 재산분할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면서 “시대적 환경 변화에 따른 법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제언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생각해봅시다-이혼부부 재산분할 범위] 근로자 ‘미래 퇴직금’도 이혼시 재산분할 대상일까
입력 2014-06-17 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