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경험자 110만 시대. ‘암’은 소리 없이 자라기 때문에 자각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평소 건강하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암에 걸렸다는 말을 자주 듣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암 치료 기술 발달로 암환자의 치료 후 생존율은 50%를 넘어섰고, 조기에 발견한 암환자 완치율은 95%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암환자 발생이 늘면서 사회·경제적 부담은 늘고 있다. 따라서 암 예방은 시대적 과제가 되고 있다. 암 예방의학자로 현재 아시아·태평양암예방기구(APOCP) 사무총장인 유근영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의 암 예방 및 관리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유 교수를 통해 암 정복 선결 과제인 ‘암 예방’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봤다.
유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을 암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암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일차 예방에 전략적으로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암 예방에는 3가지 접근 전략이 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1차 예방’이다. 폐암을 예방하기 위해 금연을 하고, 위암을 예방하고자 짠 음식을 피하고 채소를 섭취하는 것이 1차 예방이다. ‘2차 예방’은 암을 조기에 발견함으로써 암으로 생명을 잃는 것을 막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국가암조기검진 지침이나 건강검진을 통한 선별검사는 암을 조기에 치료하도록 하는 이차 예방법들이다. ‘3차 예방’은 암 예방에 실패한 경우라도 암으로 인한 생명 손실을 줄이고 삶의 질을 유지하도록 조치하는 과정이다.
암 예방을 위한 연구에 헌신하게 된 계기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30년 전 어머니를 암으로 잃었다. 당시 의과대학 학생이던 나는 대한민국 최고의 병원에서도 암환자에 대해 치료해 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현실에 좌절하면서 이 난적을 예방하는 일을 필생의 과업으로 삼았다”고 답했다.
‘왜’ 누구는 암에 걸리고 누구는 암에 안 걸리는 것일까. 유 교수는 “최근 연구에 의하면 몇 가지 유전자가 변형됐을 때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전체 암의 5% 정도는 특정 유전자의 변이에 의한 감수성의 변화에 의해 유발된다. 일례로 BRCA1 유전자에 변이가 생긴 가계에서는 유방암과 난소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으며 이 유전자의 변이가 일어난 여성에서 유방암 확률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2∼3배 높다. 한국인의 위암 발생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가 ‘한국인 암 코호트’ 연구를 통해 건강한 한국인 2만명을 20년간 장기간 추적·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위암의 발생에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라는 박테리아균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짠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위암 발병률이 높다. 유 교수는 “한국인은 탕류 음식을 먹을 때 국물까지 ‘싹’ 먹는 버릇이 있다. 고쳐야 할 우리의 식습관”이라고 말했다.
암을 100% 예방하는 것이 가능할까. 유 교수는 “암 조기검진에 응하지 않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건강하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암은 10년 이전부터 인체 내에서 소리 없이 서서히 자라고 있다. 이것이 조기 검진이 중요한 이유”라며 “암의 위험요인이 무엇인지 알고 금연이나 건강한 식습관, 주기적 운동, 예방접종 등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암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윤형 쿠키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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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정복 프로젝트] 유근영 아·태 암예방기구 사무총장 “1차 예방에 주력해야”
입력 2014-06-17 0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