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탈퇴 등에 교인 3분의 2 이상 동의 필요’ 대법원 판례는 교회분쟁 해결에 도움 안된다

입력 2014-06-17 02:31
서헌제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6일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 주최로 열린 포럼에서 교회분쟁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허란 인턴기자

소속 교단 탈퇴나 변경, 교회재산 소유권 등의 문제를 결정하려면 전체 교인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대법원 판례가 교회분쟁을 장기화하는 등 교회 정상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교회법 전문가인 서헌제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6일 서울 서초구 법원로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제1회 화해중재원 포럼’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교회분열에 관한 대법원 판결의 의의’에 대해 발표했다.

서 교수는 2006년 4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교회분열의 인정 여부 및 재산귀속’ 문제를 다룬 판결을 교회분쟁사건의 중요한 판례로 꼽았다. 주 내용은 교회가 소속 교단을 변경하거나 탈퇴하려면 전체 교인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며, 이 요건을 충족하면 종전 교회의 재산은 변경된 교단 소속의 교회로 귀속된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법원은 ‘3분의 2 이상 다수결’이라는 객관적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교회분쟁의 신속한 해결과 예방을 기대했다”면서 “하지만 교회의 교인 관리가 부실하다는 현실에 부딪히면서 이는 지극히 비현실적 기준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2006년 대법원 판결 이후 제기된 교회분쟁 소송들을 보면, 소속 교단 탈퇴를 시도했던 다수파 교인들도 ‘3분의 2 이상 다수결’ 기준을 입증해 교회재산을 확보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서 교수는 강조했다.

2007년 8월 서울고법은 정릉제일교회의 교회재산 관련 소송 사건에서 ‘이중 등재자·18세 미만자·미등록자 등 무자격자가 몇 명인지 알 수 없다’며 교인 총회의 결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10년 넘게 50여건의 소송을 겪고 있는 서울 광성교회의 경우, ‘3분의 2 이상 다수결’에 관련된 소송에서 단 한번도 이 요건을 충족했음을 입증하지 못했다.

서 교수는 “‘3분의 2 이상 다수결’을 기준으로 교단 탈퇴나 교회 재산권 문제의 해법을 제시하는 현행 대법원의 판례가 과연 한국교회의 현실에 타당한지 의문이 든다”면서 요건 완화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교인 수에 비례해 교회 재산을 나눠주는 재산분할 또는 어느 한쪽의 재산권을 아예 박탈해 새 출발을 하게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교회분열이라는 현실을 직시해 분열된 교인들이 자신의 교리적 신념을 지키면서 신앙생활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취지”라며 “반목하는 두 집단이 한 곳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것 자체가 더 큰 갈등을 일으키게 된다”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