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종섭·안종범 교수시절 ‘거수기 사외이사’ 논란

입력 2014-06-17 05:13 수정 2014-06-17 18:06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와 안종범 신임 청와대 경제수석이 대기업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수천만원의 연봉을 받고도 이사회 출석률은 저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이사회 안건 모두에 찬성 의결권만 행사해 사실상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논란을 빚고 있다.

국민일보가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정 후보자는 2011년 3월 25일 현대엘리베이터 비상근 사외이사 및 감사로 임명된 뒤 재임기간 43차례 열린 정기·임시 이사회 가운데 32회(74.4%)만 참석했다. 2011년과 지난해에는 사외이사 가운데 출석률이 가장 낮았고, 2012년에는 중도 퇴임한 사외이사 1명을 제외하고 최저 출석률을 보였다. 정 후보자는 지난 13일 이사직을 사임했다.

안 수석은 2008년 10월 16일 현대증권 비상근 사외이사로 선임된 뒤 2011년 12월 31일 사임할 때까지 39차례 열린 정기·임시 이사회에 29회 참석(74.4%)했다. 2009년에는 사외이사 6명 가운데 가장 낮은 출석률을 보였고, 2010년과 2011년에는 두 번째로 출석률이 낮았다.

사외이사들의 낮은 이사회 출석률은 경영진에 대한 견제·감시라는 당초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국민연금은 지난 3월부터 주주권을 행사할 때 이사회 참석률이 75%에 못 미치는 불성실 사외이사들의 재선임을 반대하도록 의결권 행사 지침을 마련, 시행 중이다. 이 지침에 의하면 안 수석과 정 후보자는 재선임 부적격자에 해당된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인 시절 ‘경제 교사’로 불렸던 안 수석은 사외이사 재직 기간에 금융위원회 공적자금관리위원도 겸직했다. 2009년 8월부터 2년간 금융위 자금지원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문성 확보를 위해 겸직을 제한하지는 않는다”면서 “다만 이해관계가 상충할 안건이 올라오면 의결에서 빠지도록 ‘제척 제도’를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또 회사가 제시한 안건에 100% 찬성표를 던졌다. 정 후보자는 2012년 5월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 경영권 방어를 위해 파생상품 재계약을 체결하는 안건에도 찬성표를 던졌다. 경제개혁연대가 지난해 현정은 회장 등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 7명을 검찰에 고발한 건이다. 당시 경제개혁연대는 “현 회장 등이 손실 부담을 무릅쓴 채 경영권 방어를 위해 계약을 맺었다”고 고발장에 명기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이 이 사건을 금융조세조사3부에 배당해 수사하고 있다.

현대증권이 사외이사 1인당 지급한 평균 급여는 2009년 4200만원, 2010년 4500만원, 2011년 5200만원이었다. 현대엘리베이터도 사외이사 1명에게 2011년 4400만원, 2012년 4700만원, 지난해 4600만원씩을 지급했다. 따라서 이사회 1회 참석 대가로 안 수석은 평균 662만원, 정 후보자는 428만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해명을 듣기 위해 두 사람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휴대전화를 받지 않았다.

전웅빈 이경원 조성은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