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ISIL “시아파 포로 1700여명 처형했다”

입력 2014-06-17 02:02
이라크 수니파 무장세력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정부군과 시아파 자원입대자 등 1700여명의 포로를 처형했다고 주장하면서 두 종파 간 대규모 살육전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라크 정부군의 반격으로 전투 지역에서의 사상자도 속출하고 있다. 미국의 ‘제한적 군사적 개입’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1700명 살해 맞을 경우 근래 최악의 학살=ISIL은 15일(현지시간) 자신들이 1700여명의 이라크군을 처형했다며 트위터에 수십장의 학살 사진을 올렸다. ISIL이 장악한 티크리트 등 5곳 이상에서 찍힌 사진에는 수십명이 끌려가거나 피를 흘리며 쓰러진 모습이 담겼다. 또 일부 사진은 젊은이들을 잔뜩 태운 트럭이 보였으며 사진설명에 ‘죽으러 가는 장면’이라고 적혔다.

이라크 군 당국은 학살 사실은 인정했으나 사망자 숫자는 확인해주지 않았다. ISIL의 주장이 사실이면 시리아 정부군이 지난해 화학무기로 1400명의 반군을 살해한 것을 뛰어넘는 근래 최악의 학살로 기록될 전망이다.

ISIL은 포로 중 강제징집병은 풀어줬으나 시아파로서 자원입대했거나 기존 정규군이었던 이들의 경우 전부 살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사진에 ‘수니파 제거를 위해 보내진 시아파들의 운명’이라는 설명이 표기돼 있는 등 종파적 적대감 차원에서 이뤄진 살상임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이번 사진이 ISIL에 맞서는 이슬람 시아파의 보복 공격을 불러 이라크 내전의 성격을 대량학살전으로 바꿀 수도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이라크 정부는 사진들이 시아파의 사기를 꺾기 위한 심리전 차원에서 활용되고 있다면서 자국 내에서 배포를 중단시켰다.

◇정부군 반격 시작, 바그다드 미국대사관에 해병대 증파=이라크 정부는 반격을 통해 수니파가 장악했던 7개 도시를 되찾았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24시간 동안 반군 무장세력 297명을 사살했다고 정부군 대변인이 밝혔다.

하지만 외신들은 바그다드 북부 100㎞ 지역에 대치 전선이 형성돼 있으며 교전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그다드 공항에도 박격포 공격이 이뤄지는 등 700만명이 거주하는 바그다드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바그다드에선 식료품 가격이 배로 급등하는 등 시민들도 불안해하고 있다. 바그다드 주재 미국대사관에는 해병대원 150명이 증파되는 등 경비를 강화했다.

우리 정부도 16일 오후 관계부처 합동회의를 열어 우리 국민들에 대한 안전대책을 논의했다. 현지에는 1300여명이 체류 중이며 대부분 건설업체 소속이다. 정부 관계자는 “전원이 안전한 곳에 머물고 있다”며 “하지만 사태가 어떻게 번질지 몰라 언제라도 대피할 수 있도록 대비를 강구 중에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위기, 제한적 공습 단행하나=이라크 내전사태를 계기로 미국 공화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실정’을 부각시키며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미 의회의 대표적 강경보수파인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CNN에 출연해 “이라크 전쟁의 대실패가 이슬람 급진세력에 또 다른 9·11테러를 준비할 수 있는 중요한 기지를 마련해줬다”고 비판했다. 주이라크 사령관 출신인 피터 치아렐리는 ABC 방송에서 “이번 무장세력은 이라크 중앙은행이 위치한 모술을 장악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테러리스트 그룹이 됐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 비판여론 때문에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제한적인 군사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주 중 펜타곤에서 다양한 공습 시나리오를 보고 받고 최종 결단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이란과 함께 협공에 나서기 위해 조만간 접촉에 나설 것이란 보도도 나왔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