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태화강과 재래시장 일대가 설치미술 작품으로 변모했다. 오는 23일까지 열리는 ‘2014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에 세계 8개국 작가 25명이 설치, 조각, 영상 작품 등 30여점을 설치했다. 각종 폐수로 죽어가던 태화강이 시민들의 정화 노력으로 최근 물고기가 살아난 데 이어 작가들의 미술작품으로 산업도시 울산이 아트시티로 탈바꿈한 것이다.
울산의 변신을 주도한 사람은 백동민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 운영위원장 겸 예술감독(미술월간지 퍼블릭 아트 대표)이다. 백 위원장이 특별히 관심을 가진 공간은 태화강 중심에 놓인 울산교였다. 1935년 길이 356m, 너비 8.7m 규모로 건설된 울산교는 태화강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다. 1994년 차량 통행이 전면 금지되고 지금은 보행자 전용 교량으로 활용되고 있다.
백 위원장은 이곳에 작품을 설치하면 시민들이 산책하면서 자연스럽게 미술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리, 연결된 미래’를 주제로 작가들을 직접 섭외했다. 다리 입구에는 사람이 허리 숙여 인사하는 모습을 담은 유영호 작가의 ‘Greeting Man’을 설치했다. LED와 황동으로 만든 조형작품으로 ‘온고지신’의 의미를 전하는 강용면 작가의 작품도 다리 위에 두었다.
1970년대 한국 전위미술의 선구자인 김구림 작가는 해프닝과 메일아트, 바디페인팅, 실험영화 등을 집약시킨 창작물을 내놓았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세계적인 대지예술가인 퍼트리샤 레이튼은 자연 속 모든 것을 작품의 소재로 활용한 ‘대지로부터 자라나는 조각품’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참여 작가 중 최고령인 벨기에 모리스 프리만(86)의 작품도 역동적이다.
울산교가 80년 만에 전시장 밖으로 나온 미술의 옷을 입고 퍼포먼스를 벌인 것이다. 시민들은 다리를 거닐며 작품을 만지고 사진을 찍는 등 즐거워했다. 백 위원장은 “한 지역의 문화경쟁력은 거대한 조형물에 있는 게 아니다”며 “다양한 대중매체를 활용한 미술행사로 사람과 사람, 예술과 도시환경, 예술과 경제 간의 연결을 가능케 하는 가교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화강 건너 중앙시장에서 열리는 ‘2014 중구 문화의거리 아트 페스타’는 6개의 아트컨테이너를 세워 도심 거리를 미술관으로 바꾸어 놓았다. 비어 있는 건물을 화랑으로 꾸민 ‘빈집프로젝트’, 팝 아티스트 마리킴의 전시, 김지아나 도예컨테이너의 ‘나비가 되다’, 박성태 작가의 ‘스마트하우스’, 이이남 작가의 ‘미디어아트’ 등이 관람객을 사로잡았다.
울산=글·사진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전시장 밖으로 나온 미술… 울산교의 대변신
입력 2014-06-17 0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