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CT200h
렉서스 ES300h
고급차 브랜드인 렉서스는 한때 세계화의 상징이었다. 미국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1999년 책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국경을 넘나드는, 균질화되고 표준화된 시장의 힘과 기술”을 자동차 렉서스로 표현했다. 프리드먼은 일본 도요타시 외곽의 렉서스 생산 공장에서 사람 66명과 로봇 310대가 하루 300대씩 차를 만드는 모습을 보고 그 정교한 제작 과정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15년이 지난 현재 렉서스는 의미심장한 정치경제학적 수식어를 떼어내고 고급 하이브리드카로서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 중이다. 국내 시판되고 있는 렉서스 11종 가운데 5종이 모델명에 알파벳 ‘h’가 붙은 하이브리드다. 올해 5월까지 판매된 렉서스 2327대 중 76.4%(1777대)가 하이브리드다.
한국도요타자동차가 지난 10일 개최한 행사에서 렉서스 하이브리드 2종을 시승했다. 지난달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5위에 오른 ES300h와 지난 3월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된 CT200h다. 시승 코스는 서울 성수동 도요타 트레이닝센터에서 강원도 정선군 정선종합경기장 인근까지 총 474㎞를 오가는 길이었다.
먼저 CT200h에 올라탔다. 준중형 사이즈의 콤팩트 해치백 모델로 1.8ℓ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된 차다. 실제 주행에서는 다소 부족하지 않을까 우려했던 ‘스펙’에 비해 한층 다부진 모습을 보여줬다. 작은 차가 가질 수 있는 장점인 단단함과 민첩함이 차에 잘 배어 있었다. 대부분 주행을 4가지 운전 모드 가운데 ‘일반’(노멀)에서 했는데 밟으면 밟는 만큼 차가 나갔다. 하이브리차의 단점으로 꼽히는 고속 주행에서의 답답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다만 주로 전기모터로 작동하는 ‘에코’(절약) 모드에서는 페달을 힘껏 밟아도 시속 90㎞ 이상 속도가 나지 않았다.
하이브리드의 최대 장점인 연비는 서울∼문막휴게소 구간에서 ℓ당 21.8㎞, 문막휴게소∼정선종합경기장에서 17.5㎞로 기록됐다. 평균 19.65㎞로 공인연비 18.1㎞(고속 17.5㎞, 도심 18.6㎞)를 가뿐히 뛰어넘었다. 커브길이 많은 국도 구간에서 연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정선에서 서울로 돌아올 때는 다른 차, 다른 길을 택했다. CT200h보다 덩치가 큰 중형차 ES300h의 운전대를 잡고 59번·38번 국도를 거쳐 중앙·영동·중부내륙고속도로를 차례로 통과했다. 이 구간에서 연비는 평균 17.15㎞로 역시 공인연비(16.4㎞) 이상이었다.
목표했던 것보다 연비가 낮게 기록된 건 차보다 사람에게 이유가 있었다. 중앙·중부내륙고속도로는 차가 많지 않았다. 욕심을 내 속도를 높였다. 그러자 실시간 연비를 나타내는 숫자가 쭉쭉 아래로 떨어졌다. 아무리 하이브리드카라도 시속 90㎞ 안팎에서 정속주행을 해야 연료를 아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ES300h는 승차감에서 CT200h보다 한수 위였다. 덜컹거림과 진동이 확연히 줄어들어 딱딱한 도서관 의자에서 카페 소파로 옮겨 앉은 느낌이었다. 차 밖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도 CT200h와 구분이 가능할 정도로 적었다. 다만 다른 차들을 제치고 나아갈 때는 CT200h가 좀더 날렵했다. 커브길에서도 CT200h가 좀더 빨리 반응했다. 한마디로 ES300h가 원숙한 40대라면 CT200h는 도전적인 20, 30대의 느낌을 줬다.
ES300h는 2.5ℓ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힘을 합쳐 최대 203마력을 내고 최대토크는 21.6㎏.m다. CT200h는 시스템 최고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14.5㎏.m다. 모델별 가격은 ES300h가 4950만·5630만·6190만원이고 CT200h는 3980만·4490만원이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날렵한 청년의 힘 vs 원숙한 중년의 美… 도요타 하이브리드車 2개 모델 시승기
입력 2014-06-18 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