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폐지 회사들 이런 조짐 있었네

입력 2014-06-17 02:15
개미 투자자들은 어느 날 느닷없이 자신이 투자한 기업이 상장폐지됐다는 내용의 증권사 우편물을 접하고 울분을 삭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낭패를 당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사모 실적이 급증하거나 경영권 변동이 잦고 기존 사업과 무관한 업종 추가가 많으면 상장폐지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말 현재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23개사와 관리종목 신규지정기업 16개사를 분석해 상장폐지 징후를 보이는 기업의 주요 특징을 16일 소개했다.

이들 39개사의 최근 3년간 직접금융 조달현황을 분석한 결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공모 실적은 전년 대비 3분의 1로 줄어든 반면, 신고서를 안 내는 소액공모나 사모 금액은 배 이상 늘었다. 주식시장에서 일반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공모 방식이 여의치 않아 사모를 택했다는 뜻이다. 사모로 유상증자를 추진할 때 일정을 자주 바꾸는 경향도 나타났다.

조사 대상 기업들은 최대주주나 대표이사가 자주 바뀌는 특징도 보였다. 39개사 중 최근 3년간 최대주주가 변경된 곳은 23곳, 대표가 바뀐 곳은 21개사로 각각 절반을 넘었다. 최대주주의 횡령·배임 혐의가 적발된 회사도 7개사였는데 이 중 3개사는 최대주주, 3개사는 대표이사가 바뀌었다.

조사 대상 가운데 타법인 출자 등을 통해 사업목적을 추가하거나 변경한 곳도 22개사에 달했다. 이 중 11개사는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적은 업종을 새로운 사업으로 추가했다. 신규 사업 진출을 통해 재무구조나 영업실적을 개선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에선 ‘계속기업으로서의 불확실성’이 언급되거나 ‘비적정’ 의견을 받은 경우가 많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반투자자는 이 같은 상장폐지 사유 발생 기업의 특징을 숙지하고 투자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