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직장 건강보험 일원화 방향은 옳다

입력 2014-06-17 02:47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을 소득으로 단일화하는 세부 방안이 처음 공개됐다. 골자는 현재 직장 및 지역 가입자로 나뉜 부과체계를 일원화해 근로소득은 물론 사업·금융·이자·연금 소득 등 종합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물리자는 것이다. 이럴 경우 전체 건강보험 가입자의 28%는 건보료가 오르고 72%는 내린다. 현재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에,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재산, 자동차까지 계산해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료부과체계개선기획단이 지난 13일 공개한 내용은 그동안 제기됐던 가입 유형 간의 보험료 형평성 논란을 줄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보험료가 지나치게 높다며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지역가입자들의 불만을 크게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하다. 정부는 이 안을 바탕으로 공청회 등을 거쳐 9월까지 정부 안을 최종 확정,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개선안에 복지부 의중이 반영된 만큼 큰 틀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역가입자들의 항변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는 게 사실이다. 월 소득이 몇 십만원에 불과해도 2억∼3억원의 아파트 한 채와 1000만원 안팎의 승용차 정도만 보유하면 월 보험료가 20만원에 육박한다. 특히 실직자 퇴직자 노인 등 소득이 별로 없는 지역가입자들이 느끼는 체감 보험료는 큰 부담이 됐다. 베이비부머들의 실·퇴직이 잇따르고 사회가 점차 고령화되는 등 사회적 안전망이 갈수록 절실하다는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지역가입자에 대한 배려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또 지역가입자는 자녀·형제를 피부양자로 등재할 수 없어 차별 제도라는 비판도 많았다. 직장에 다니던 자녀 등이 퇴사해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 피부양자였던 부모들까지 별도의 지역가입자로 보험료가 부과되는 등 직장가입자에 비해 이중의 부담을 져야 했다.

소득을 기준으로 한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필요성은 2000년 김대중정부 이후 끊임없이 논의돼 왔으나 지역가입자들의 소득 파악이 쉽지 않아 시행할 수 없었다. 이후 국세청의 전산망 확충 등으로 최근에는 소득파악률이 90% 이상으로 높아지면서 부과체계 개편 기반이 마련됐다.

개선안이 마련됐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 고소득 자영업자나 현금 수입업종 사업자 등 고소득임에도 소득 은닉 가능성이 높은 지역가입자에 대한 실효 있는 제재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 자영업자 사업소득에 대해 필요 경비를 최대 90%까지 공제해주므로 소득이 그대로 반영되는 직장인과 역차별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소득으로 부과하는 방안을 한꺼번에 시행할지 등 일부 내용에 대한 조율도 필요하다.

이번 안은 사회적 보험인 국민건강보험료의 부과 틀을 재편하는 것으로 향후 국민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정부 안을 확정하기에 앞서 주도면밀하게 내용을 살펴 최대한 부작용을 줄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