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월드컵] 한물간 ‘스리백’ 전술?… 브라질서 부활하다

입력 2014-06-17 02:37

스리백 시스템(three back system)이 부활했다. 기본적으로 수비 강화 전술인 스리백은 현대 축구가 공격적으로 바뀌면서 한물간 전술이 됐지만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재조명받고 있다.

지난 14일(한국시간)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경기는 스리백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한판이었다. 스리백은 기본적으로 3명의 중앙 수비수를 두는 수비 형태를 말한다. 3명 중 중앙 수비수가 골키퍼 쪽으로 내려와 스위퍼(sweeper) 역할을, 측면 수비수들이 스토퍼(stopper) 역할을 한다.

네덜란드는 론 블라르를 중심으로 스테판 데 브리, 브루노 마르틴스 인디를 측면에 두는 스리백을 사용해 스페인을 5대 1로 격파했다. 좌우 윙백(wing back)으로 달레이 블린트와 대릴 얀마트를 배치해 기본적으로 파이브백(five back system)에 가까운 수비 위치를 잡았다.

수비수들이 뺏어낸 볼은 곧바로 역습으로 이어졌다. 윙의 빠른 오버래핑으로 스페인의 뒷공간을 노리며 단숨에 2골을 넣었다. 로빈 판 페르시의 동점골과 아르연 로번의 역전 결승골 모두 블린트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같은 날 멕시코도 스리백을 사용해 카메룬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멕시코의 스리백은 네덜란드와는 달리 미드필더 숫자를 늘린 공격적 스리백이었다.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 엑토르 모레노, 라파엘 마르케스가 견고한 스리백을 형성했고 좌우 윙에는 미구엘 라윤과 파울루 아길라르가 섰다. 라윤과 아길라르는 스리백과 함께 수비에 가담하다가도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공격 숫자를 최대 5명까지 늘려 중원을 장악했다.

현대 축구의 대세는 4명의 수비수를 두는 포백(four back system)이다. 그러나 멕시코와 네덜란드 모두 월드컵 이전부터 전략적으로 스리백을 준비해 왔다. 이들의 스리백은 수비 위주의 심심한 전술도, 수비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바로 연결하는 ‘뻥 축구’도 아니었다. 진화를 거듭해 화끈한 공격도 선보였다. 오랜 기간 단련해 온 선수들의 강한 체력과 스피드, 활동량의 산물이었다.

D조 최약체로 평가받는 코스타리카가 구식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스리백 전술로 우루과이를 3대 1로 격파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스리백은 죽지 않았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