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배우며 나누는 우리동네 목공방

입력 2014-06-18 02:37 수정 2014-06-18 15:05
유양문 별난공작소 소장이 13일 목공강좌 수강생에게 서랍장에 사용될 목재의 절단면 연마 방법을 교육하고 있다. 일대일로 세심하게 이루어지는 도제식 수업을 통해 초보 목수들도 자신만의 가구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터득해 나간다.
두꺼운 목재 원판을 절단할 때 사용하는 대형 자동 톱날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특별히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
나무판과 나무판을 접합하는 작업에 손놀림이 분주하다. 원목의 결을 살려 가구를 완성하는 과정은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의 연속이다.
가구 제작의 마무리 단계인 도장 작업은 나무 표면에 균일하게 도료를 입히는 과정으로 반복을 통해 손 감각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목공예를 배우며 가구를 직접 만들고 이웃까지 돕는 착한 목공소가 있다.

서울 상도동의 협동조합 목공방 ‘성대골 별난공작소’는 재미난 이름만큼이나 차별화된 특징이 있는 작업장이다. 이곳은 지역 주민들이 조합원으로 나서 출자금을 모으고, 목공과 관련된 다양한 교육활동과 가구제작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수익금 전액은 저소득층 지원과 지역발전을 위한 복지기금으로 사용해 지역사회 친화적 배움터의 역할도 한다.

별난공작소는 희망나눔 동작네트워크가 운영하는 두 번째 희망가게로 1호점인 마을카페 ‘사이시옷’에 이어 2010년 3월 문을 열었다. 가정용품 등을 직접 제작하는 DIY(Do It Yourself) 바람을 타고 목공소를 찾는 이들이 꾸준해 현재까지 60여명의 수강생이 배출됐다.

이곳의 기초 목공강좌는 1주일에 2시간씩 2개월만 투자하면 본인이 원하는 디자인의 가구를 직접 제작할 수 있도록 실습 위주의 과정으로 꾸며져 있다. 초보 수강생들은 처음엔 목재와 도면, 공구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교육 받기 시작해 과정을 수료할 때면 직접 제작한 개인 작품에 페인트 도장까지 직접 할 수 있게 된다.

별난공작소에서 목공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유양문(75) 소장은 지난 13일 “같은 분야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서로 가족처럼 친밀하다”고 실습현장의 분위기를 전한다. 유 소장은 “수강생들이 스스로 만든 완성품에 뿌듯해하며 고마움을 전할 때면 무엇보다 큰 보람을 느낀다”면서 “개인적으로도 목공일을 계속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다소 ‘남성적’으로 비치는 목공일이지만 수강생들 중엔 의외로 여성이 더 많고 실습에도 열심이다. 아이들의 옷을 보관할 ‘엄마표’ 서랍장을 만들던 수강생이 물푸레나무 원목의 결을 살려 서랍 세 칸을 완성하자 디자인과 어울리는 가구의 무늬가 아름답다는 칭찬이 이어진다. 찬장 도색 작업에 열중이던 다른 주부 수강생은 “목공예를 배우면서 직접 만든 가구들이 늘어나 더 넓은 집으로 이사 가야 할 지경”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미소를 짓는다.

목공 교육의 공간은 실습시간 외에도 지역사회로부터 주문받은 가구 제작으로 늘 분주하다. 별난공작소의 목공 강사들은 사용자가 원하는 도안에 맞춰 꼼꼼한 수작업으로 완성품을 만들어낸다. 주문자와 제작자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방식은 이곳만의 차별화된 제작방식이다.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드는 가구들이 넘쳐나고 세계 최대 가구 기업도 한국 진출에 나선 상황에서 사람의 손길에 정성이 얹어진 가구들은 카탈로그 속 화려한 가구들이 흉내 낼 수 없는 특별함을 느끼게 한다. 짙은 원목 향기 속에 나무톱밥을 뒤집어써 가며 만든 완성품엔 내 가족과 이웃의 곁을 지킬 가구라는 애정이 깃들어 있다.

글·사진=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