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전 D-1] “전력을 숨겨라” 보안 대결

입력 2014-06-17 02:52
한국 축구대표팀의 이근호(오른쪽)가 16일(한국시간) 브라질 쿠이아바의 마투그로수 연방대학 경기장에서 1차전 상대인 러시아전에 대비해 팀 동료와 함께 공을 몰아보면서 현지 적응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 축구대표팀의 알란 자고예프(녹색 조끼)가 15일(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인근 이투의 노벨리 주니오르 경기장에서 팀을 나눠 진행하는 실전훈련 도중 격렬하게 몸싸움을 벌이며 볼을 다투고 있다. 연합뉴스
‘지략 대결’이 아니라 ‘보안 대결’이다.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과 파비오 카펠로 러시아 대표팀 감독은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을 앞두고 나란히 훈련장 문을 걸어 잠갔다. 도대체 양 팀 훈련장 안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축구팬들은 1차전이 열리는 18일 오전 7시(한국시간)까지 기다려 봐야 알 수 있다.

16일 브라질 쿠이아바의 마투그로수 연방대학(UFMT) 경기장. 한국 대표팀은 쿠이아바에서의 첫 훈련에서 초반 15분만 공개하고는 문을 닫았다. 홍명보 감독은 러시아를 비롯한 외신 취재진이 훈련장을 찾을 것으로 보고 전력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훈련 공개를 제한했다. 대표팀은 14∼15일 포스두이구아수 베이스캠프 훈련도 비공개로 진행했다.

홍 감독은 러시아전을 눈앞에 두고 새로운 전술을 만들기보다는 지금까지 해 왔던 전술 훈련을 더욱 연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훈련에 앞서 오른쪽 풀백 이용은 “수비 조직력과 공격 전술 훈련을 많이 하고 있다”며 “반복적인 훈련을 하는데 갈수록 더 세밀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러시아전 승리를 위해 공격 전술도 다듬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영은 훈련 뒤 취재진에 “4명씩 짝을 지어 패스 훈련을 한 뒤 공격 전개 훈련에 집중했다”며 “수비보다 공격에 치중한 훈련이었다”고 전했다.

훈련장을 찾은 러시아 기자는 서너 명에 불과했다. ‘홍명보호’가 브라질 포스두이구아수에서 훈련하는 동안 러시아뿐만 아니라 알제리와 벨기에의 전력분석원이나 기자도 훈련장을 찾지 않았다. 이는 홍 감독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홍 감독은 마이애미 전지훈련 때 “남들이 우리를 무시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상대국들이 한국을 얕잡아보는 실수를 최대한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러시아 훈련장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통제’라고 할 수 있다. 카펠로 감독은 일찌감치 선수들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을 금지시켰다. 숙소에 외부 인사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으며 훈련 후 공식 기자회견에 나온 선수라도 팀 내 정보를 함부로 말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러시아 대표팀의 미드필더 알렉세이 이오노프는 “카펠로 감독은 훈련 중 어떤 부분을 강조하는가”라는 평범한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게 돼 있다”고 고개를 저었다고 한다. 심지어 지난 12일 열린 비공개 자체 청백전 결과조차 언론에 알리지 않기로 하는 바람에 질문을 받은 선수들은 곤혹스러운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러시아 대표팀은 훈련 공개도 철저하게 시작 후 15분만 했다.

쿠이아바=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