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략 대결’이 아니라 ‘보안 대결’이다.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과 파비오 카펠로 러시아 대표팀 감독은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을 앞두고 나란히 훈련장 문을 걸어 잠갔다. 도대체 양 팀 훈련장 안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축구팬들은 1차전이 열리는 18일 오전 7시(한국시간)까지 기다려 봐야 알 수 있다.
16일 브라질 쿠이아바의 마투그로수 연방대학(UFMT) 경기장. 한국 대표팀은 쿠이아바에서의 첫 훈련에서 초반 15분만 공개하고는 문을 닫았다. 홍명보 감독은 러시아를 비롯한 외신 취재진이 훈련장을 찾을 것으로 보고 전력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훈련 공개를 제한했다. 대표팀은 14∼15일 포스두이구아수 베이스캠프 훈련도 비공개로 진행했다.
홍 감독은 러시아전을 눈앞에 두고 새로운 전술을 만들기보다는 지금까지 해 왔던 전술 훈련을 더욱 연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훈련에 앞서 오른쪽 풀백 이용은 “수비 조직력과 공격 전술 훈련을 많이 하고 있다”며 “반복적인 훈련을 하는데 갈수록 더 세밀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러시아전 승리를 위해 공격 전술도 다듬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영은 훈련 뒤 취재진에 “4명씩 짝을 지어 패스 훈련을 한 뒤 공격 전개 훈련에 집중했다”며 “수비보다 공격에 치중한 훈련이었다”고 전했다.
훈련장을 찾은 러시아 기자는 서너 명에 불과했다. ‘홍명보호’가 브라질 포스두이구아수에서 훈련하는 동안 러시아뿐만 아니라 알제리와 벨기에의 전력분석원이나 기자도 훈련장을 찾지 않았다. 이는 홍 감독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홍 감독은 마이애미 전지훈련 때 “남들이 우리를 무시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상대국들이 한국을 얕잡아보는 실수를 최대한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러시아 훈련장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통제’라고 할 수 있다. 카펠로 감독은 일찌감치 선수들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을 금지시켰다. 숙소에 외부 인사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으며 훈련 후 공식 기자회견에 나온 선수라도 팀 내 정보를 함부로 말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러시아 대표팀의 미드필더 알렉세이 이오노프는 “카펠로 감독은 훈련 중 어떤 부분을 강조하는가”라는 평범한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게 돼 있다”고 고개를 저었다고 한다. 심지어 지난 12일 열린 비공개 자체 청백전 결과조차 언론에 알리지 않기로 하는 바람에 질문을 받은 선수들은 곤혹스러운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러시아 대표팀은 훈련 공개도 철저하게 시작 후 15분만 했다.
쿠이아바=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러시아전 D-1] “전력을 숨겨라” 보안 대결
입력 2014-06-17 0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