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석사논문과 제목·연구방법·성과 동일

입력 2014-06-17 04:08
송광용 신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2004년 6월 논문심사위원장을 맡아 통과시킨 서울교대 교육대학원 황모씨의 석사학위논문 표지. 심사위원장에 송 수석 이름이 명기돼 있다. 이경원 기자

송광용 신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2005년 학술지에 제출한 논문은 자신이 논문을 심사한 대학원생의 석사학위 논문과 연구 방법, 성과는 물론 목차까지 동일했다. 거의 대부분의 문장이 그대로 인용됐고, 일부는 여러 문단을 한 문단으로 요약하는 수준에 그쳤다. 사실상 추가 연구 없이 논문을 제출해 전형적인 '성과 가로채기' 수법에 해당된다는 게 학술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런 이력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아 박근혜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송 수석이 학술지 '한국교원교육연구'에 제출한 '원격교육을 통한 초등교원연수 개별화 방안'은 1년 전 서울교대 교육대학원 황모씨가 제출한 석사학위 논문과 제목이 같다. 국민일보가 두 논문을 비교 분석한 결과 송 수석이 논문 서론으로 제시한 6단락 가운데 3단락에서 황씨 논문과 문장이 동일한 사실이 확인됐다. 송 수석이 본문 첫머리에 쓴 '이론적 배경'의 경우 연구 분석 틀을 소개하는 대목이 황씨 논문과 일치했다. 본문 둘째 부분인 '연구 방법'에서는 조사의 방법론 제시가 동일했고, 설문지 배포 및 회수 현황은 두 논문에서 백분율까지 일치했다.

송 수석 논문에 게재된 표는 황씨 논문에 100% 같은 게 들어있었다. 일부 표는 열과 행의 순서만 달리 표현됐다. '배경변인별 선호하는 원격연수프로그램' 등의 표는 황씨가 각각 게재한 표들을 한데 묶은 것이었다. '영역별 교원원격연수 프로그램 수'나 '응답자의 변인별 빈도 분포', '원격연수 프로그램 수준에 대한 요구' 등의 데이터는 소수점 자리까지 백분율이 일치했다.

데이터와 연구방법 분석틀이 같은 만큼 도출된 결론도 동일했다. 송 수석이 결론으로 제시한 5단락 가운데 3단락은 황씨의 논문과 같은 의미의 문장이다. '원격연수원을 특성화하고 관리보다 지원을 우선시해야 한다' '원격연수를 신청하는 교원의 수요를 늘리고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꾀해야 한다'는 등의 제안도 모두 황씨 논문에 담긴 내용이다.

지도교수가 제자의 학위논문을 학회지에 공동 등재 시 제2저자(교신저자)로 표기하는 관행은 어느 정도 용인하고 있다. 그러나 송 수석은 황씨의 지도교수가 아니었고 자신을 제1저자로 명기했다.

송 수석은 2004년 12월 발표한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도입과정에서 교육부와 전교조의 갈등 상황 분석' 논문 표절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이 논문 역시 서울교대 대학원 제자인 김모씨가 4개월 앞서 석사학위 논문으로 발표한 88쪽 분량의 'NEIS 도입과정에서 교육부와 전교조의 갈등 분석'을 20쪽 분량으로 짜깁기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교육부의 '논문표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인용 표시 없이 6개 이상 동일한 단어가 연속으로 나열될 경우 표절로 판정할 수 있다. 송 수석은 이에 대해 "김씨의 요청에 따라 제1저자에 내 이름을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지도했고, 논문 제목도 김씨에게 자신이 줬기 때문에 학술지에 논문을 싣고 싶어 하는 제자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는 해명이다.

전웅빈 이경원 조성은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