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초코파이가 처음 생산된 것은 40년 전인 1974년. 제과업체 오리온의 김용찬 과자개발팀장이 73년 미국 조지아에 출장 갔다가 호텔 카페에서 초콜릿을 바른 과자를 발견했다. 귀국하자마자 그는 유사한 과자 개발에 착수했고, 1년간의 노력 끝에 원형 비스킷 2개를 마시멜로로 접착시킨 후 겉에 초콜릿을 입힌 초코파이를 탄생시켰다.
오리온은 출시 첫해부터 매년 100% 이상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인기가 계속되자 80년대 들어 롯데제과 해태제과 크라운제과 등에서 잇따라 초코파이를 생산했다. 이에 오리온은 89년 제품명을 특화해 ‘초코파이 情’을 내놨으며, 지금도 그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가격은 대형마트에서 개당 300원 정도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남북한 병사 간 우정의 매개체로 등장했던 초코파이는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간식이다. 대부분의 입주기업들은 근로자들에게 매일 3∼4개씩 지급하고 있으며, 야근할 때는 10개씩 주기도 한다. 북측 근로자가 5만2000명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적으로 하루 15만개가량 지급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근로자들은 초코파이를 현장에서 먹기도 하지만 지급량의 30% 정도는 퇴근할 때 가지고 나가 평양 등 대도시 장마당에 유통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 가격은 개당 4∼5달러, 비싸게는 10달러에 유통되기도 한다. 북한 노동자 월급의 10∼20분의 1 수준으로 엄청난 사치품이다. 환갑이나 생일날 잔칫상에 남한 초코파이를 풍성하게 올려놓는 것이 부의 상징으로 통한다. 북한은 지난해 5월부터 용성식료공장을 통해 초코파이를 자체 생산토록 했지만 주민 반응이 신통찮은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에 따르면 최근 개성공단 일부 기업의 북측 근로자 대표인 직장장이 “앞으로 간식으로 초코파이를 주지 말라”는 요구를 해왔다. 초코파이 대신 커피믹스나 율무차를 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해오는 공장도 있다고 한다. 초코파이 거부는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등 북한 당국을 통해 공식적으로 한 것이 아니어서 통일부는 추가 조치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한 전역에서 ‘남한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초코파이를 북측 당국이 체제위협 요소로 인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초코파이 반입을 막는다고 주민들의 눈과 입을 틀어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20세기 사회주의식 주민 통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
[한마당-성기철] 개성공단 초코파이
입력 2014-06-17 0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