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기 넘치는 황금 세대의 압박이냐, 날랜 사막여우의 역습이냐.
우리 축구대표팀과 러시아 간 경기가 열리는 18일 오전 1시(한국시간) 2014 브라질월드컵 H조 첫 경기로 벨기에와 알제리가 맞붙는다. 두 팀 다 창의적인 플레이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서로 다른 경기 스타일을 보여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명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우리 대표팀엔 귀중한 참고 자료가 될 경기이기도 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위인 벨기에는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후보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4강 신화를 이뤘던 1986 멕시코월드컵 이후 벨기에 축구 사상 가장 강한 전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마르크 빌모츠 감독은 선수들의 창의성을 독려하는 경기 운영 방식으로 벨기에 대표팀을 지휘한다. 전술 대형으로는 4-3-3 포메이션을 애용하지만 4-2-3-1도 활용한다. 여기에 전방위 압박과 함께 상대 길목을 기다리는 수비 방식을 섞어 쓴다. 이 때문에 벨기에의 축구 스타일은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무엇보다도 빌모츠 감독은 막강한 대표팀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뛸 수 있게 배려한다. 벨기에 축구대표 23인의 면면을 보면 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 바이에른 뮌헨 등 대부분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럽 빅리그 소속이다. 선수들 평균 연령은 25.6세로 본선에 진출한 32개국 중에서 두 번째로 젊다.
특히 벨기에에서 가장 위협적인 에당 아자르는 패스 능력과 돌파력, 골 결정력까지 겸비한 만능 미드필더로 알제리 수비진을 휘젓고 다닐 것으로 예상된다.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는 지난달 27일 룩셈부르크와의 평가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지난 2일 스웨덴과의 경기에서도 골을 기록하는 등 쾌조의 골 감각을 이어가고 있다.
알제리는 객관적 전력에서는 벨기에보다 열세로 분류된다. FIFA 랭킹은 22위고 벨기에와의 역대 전적은 1무1패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특유의 영리한 플레이로 역습 위주의 경기를 풀어갈 경우 H조 첫 승을 기대해볼 만하다.
알제리 선수 대부분은 프랑스에서 태어났거나 선수생활을 프랑스에서 시작했다. 이 때문에 알제리 축구는 아프리카 특유의 개인기 위주 플레이보다는 프랑스의 창의적인 스타일에 더 가깝다. 알제리는 또 속도감 있는 역습이 강점이다. 아프리카 예선 16골 중 6골이 역습에서 나왔다. 4명의 수비수(포백)가 상대 공격의 예봉을 막아낸 뒤 미드필드 진영으로 공을 연결한다. 수시로 위치를 바꾸면서 상대 포메이션을 교란하던 미드필더들은 전방의 스트라이커에게 다시 공을 넘겨 역습을 마무리한다.
특히 ‘알제리 지단’으로 불리는 소피앙 페굴리는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공수를 조율해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알제리의 위협적인 플레이는 대부분 양발을 자유자재로 쓰는 페굴리의 발끝에서 시작된다. 공격진에선 이슬람 슬리마니가 주로 중앙에 선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따봉! 월드컵] 황금 세대 VS 날쌘 여우 ‘압박-역습’ 맞대결
입력 2014-06-17 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