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월드컵에 골 판독기가 처음 도입된 것은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전 잉글랜드-독일전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잉글랜드 프랭크 램파드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고 골라인을 넘어섰지만 호르헤 라리온다(우루과이) 주심은 이를 골로 인정하지 않았고, 잉글랜드는 탈락했다. 영국 언론은 오심 논란을 제기했고 국제축구연맹(FIFA)은 2014 브라질월드컵에 골 판독기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시범운용을 거친 골 판독기는 초당 500장을 찍을 수 있는 초고속 카메라가 골대마다 7대씩 설치돼 0.5㎝ 오차 범위에서 골 여부를 판단한다. 공이 골라인을 넘으면 심판이 찬 손목시계 형태의 판독기에 진동과 함께 ‘골’이라는 메시지가 뜬다.
16일(한국시간) 프랑스와 온두라스의 E조 1차전에서 골 판독기가 처음 진가를 발휘했다. 후반 3분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프랑스 공격수 카림 벤제마의 슛이 반대편 골포스트를 맞고 나와 온두라스의 노엘 바야다레스 골키퍼 왼손에 맞은 후 골라인을 살짝 넘어갔다. 골키퍼가 본능적으로 공을 걷어낸 탓에 육안으로는 골을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순식간에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손목시계에서 메시지를 확인한 산드로 리치(브라질) 주심은 프랑스의 득점을 선언했다.
AFP 통신은 “국제 축구 경기에서 최초로 카메라 판독에 의해 골이 결정된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판독 결과 이 골은 벤제마의 득점이 아니라 바야다레스 골키퍼의 자책골로 인정됐다. 골 판독기는 시청자들과 관중 편의를 위해 3차원 그래픽 영상까지 화면에 띄워 볼이 골라인의 어느 지점까지 들어갔는지 확인시켰다.
골 판독기로 골 관련 오심은 잡아냈지만 오프사이드 판정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스위스-에콰도르의 E조 첫 경기에서 후반 25분 스위스 리카르도 로드리게스의 전방 패스가 에콰도르 수비수의 발을 맞고 굴절된 뒤 이를 잡은 요십 드르미치가 득점으로 연결했다. 심판은 드르미치의 오프사이드를 선언했고, 골은 취소됐다. 그러나 느린 화면에서 드리미치의 위치는 오프사이드가 아니었다. 이런 탓에 오프사이드 판독기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
[브라질월드컵] 새로 도입된 골 판독기 ‘진가 발휘’
입력 2014-06-17 0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