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노트] (23) 선글라스, 눈에 치는 마법의 파라솔

입력 2014-06-17 02:34 수정 2014-06-17 14:54
린다 페로우 제공

눈을 보호하는 선글라스의 유래는 11세기 즈음 중국의 판관들이 법정에서 증인들을 심문할 때 표정을 감추기 위해 썼던 색안경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다. 선글라스 밑에서 우리는 안심을 얻는다. 사람들을 편하게 바라보고 얼굴의 반 이상을 가려주어 폼을 하사하니 그 기능이 멋지다. 선글라스는 다친 눈, 성형수술한 눈, 기분이 사나운 눈, 본심을 감춘 눈, 퉁퉁 부은 눈 등 보이고 싶지 않은 눈을 보듬는다. 아울러 패션을 부담스러워하는 이들로 하여금 옷으로 미처 표출하지 못하는 패션을 눈에서 꽃피우도록 돕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옷차림과 선글라스가 조화를 이루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자신에게 맞는 선글라스를 고르는 일은 어렵다. 시력을 해치지 않는 품질의 렌즈인지, 코 위에 브리지가 편하게 놓이는지, 볼의 근육이 자유롭게 움직이는지, 테와 렌즈의 형태가 얼굴을 살리는지, 템플(안경다리)의 디자인만 도드라지지 않는지 등을 꼼꼼히 따지지 않으면 감각을 잃는 수가 있다.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하는 이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은 템플의 외관이 브랜드 로고로 뒤덮이지 않는 것이 지배적인 반면 브랜드의 우렁찬 소리를 좋아하는 이들은 얼굴보다 안경에 시선이 가도록 유도하는 화려한 템플을 높이 산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주말 외출 시 티셔츠와 청바지를 주섬주섬 주워 입는 것이, 운동화를 신는 것이, 맨얼굴에 빨간 립스틱을 바르는 것이 선글라스와 함께하면 나만의 작은 드라마가 얼굴에서 연출된다.

김은정(패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