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수송기 피격 49명 사망 포로셴코 “가해자 응징”

입력 2014-06-16 03:35
우크라이나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 민병대원이 14일(현지시간) 동부 루간스크에서 자신들이 격추한 정부군 소속 일류신-76 수송기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친(親)러시아 민병대가 군 수송기를 공격해 49명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애도의 날을 선포하고 가해자에 대한 응징을 다짐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키예프의 러시아대사관에 화염병을 던지자 러시아가 즉각 비난하는 등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TV로 중계된 긴급 각료회의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군용기 보호 조치가 미급했다고 질책한 뒤 사고 경위를 조사해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지시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전화 회담을 갖고 러시아에서 분리주의자들에게 인원과 무기가 공급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유럽연합(EU)이 추가 제재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이날 오전 1시쯤 우크라이나 동부 루간스크에서 공수부대원 40명과 승무원 9명이 탑승한 정부군 소속 일류신-76 수송기가 착륙 과정에서 친러시아 민병대의 휴대용 로켓포 공격을 받아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지난 4월부터 분리주의 세력에 대해 진압을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인명피해인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은 흥분한 우크라이나 시위대 300여명이 수도 키예프의 러시아대사관 주변에 모여 러시아 깃발을 찢고 화염병을 던졌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파시스트’라고 외치며 인근에 주차된 차량을 뒤엎었으나 경찰관들은 제지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경찰이 대사관 보호를 하지 않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국제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이날 우크라이나 접경 도시에 러시아군 탱크와 군용 트럭이 아무런 위장이나 다른 표지 없이 러시아군 소속임을 드러낸 채 시내를 주행하는 모습이 담긴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러시아군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위성사진으로 동부지역의 군사적 긴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